
해후
최주석
너를 왜 개똥벌레라고 하는지 모른다
그래서 더 친숙해진 이름이 되었지
반디불이라는 이쁜 이름의 너
누군가는 너를 하늘의 별로 착각하고 사는
공주병 걸린 하찮은 미물로 취급하기도 해
짙어가는 여름 속에서 내 마음은
너를 맞이하고 싶은 이 열정
먼길을 떠나 온 초연한 선비에게
함초로히 햇청포도를 건네고 싶은 시인의 마음이다
황혼의 깃발을 접어둔 채 도둑고양이가
살그머니 내딛는 발걸음마냥 밀려 오는 밤
차가운 빗물이 쏟아지는 어슴푸레한 밤이다
잦아지는 빗방울과 어울리지 않는 너의 숭고한 자태
반짝반짝 명멸하는 너는 보이지 않는다
짝을 찾는 너의 헛된 몸부림
왜 이 빗 속을 헤매나
떨어지는 빗방울 너는 피할 수 있니
빗방울을 맞으며 뒤뚱뒤뚱 떨어질 듯 말 듯
휘청거리는 몸매로 빗 속을 헤집고 유영한다
속절없는 비장함을 나에게 안겨 주지만
너와의 해후의 기쁨을 나눈다
내 맘 한 곳에 무언지 모를 측은한 슬픔이 스며 드는
소슬한 검은비 쏟아지는 밤
07/04/20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