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중해의 슬픔
최 주석
지중해를 떠올리면 우리의 로망이 된다
잔잔한 물결, 따스한 햇살
아스라이 보이는 띠를 두른 듯한 수평선
베란다에서 담소를 나누며 화기애애한 모습의 젊은 남녀
가족의 실루엣이 너를 연상한다
십여개 나라가 너를 향유케 하고
백인 흑인을 가리지 않았으니
대서양과 같은 넓은 마음을 가진 너
지금은 넘실대는 파도처럼 감당하기 어려운
폭풍의 시련이 너를 덮치고 있다
동방의 조그만 연안 가자지구의 큰 고통
가자인에게 지워질 수없는 상처가
너를 번민케 한다
인간 살육, 제노사이드의 만행이 횡행하는그 곳
죽은 아들을 안고 허공을 바라보며 어찌할 줄 모르는 아버지
영양실조의 아이를 안은채, 어디론가 가야만 하는 엄마
구호품을 받기도 전에 맹목적 죽음을 맞은
팔레스타인 젊은이들의 허무한 비명
누군가는 거기에 불을 지른다
인종 청소후 백인들을 위한 고급휴양지를
이 피묻은 너의 옆구리에 꾸미려한다
이 아픔에 너는 무수한 눈물방울을 떨구어
메말라 잔해가 남아있지도 않겠지
그 사이 너의 옆구리에는 끊임없는 고통의
고름이 흘러나와 이 세상을 적시겠지
인류애란 여기에 발 붙일곳이 없다
같으면서 다른 우리 인간은 그것에 눈감고
스포츠에, 쾌락에 몰두한다
서로에게 비난하면서 누구도 나서지 않는
인류사에 인간이 이렇게 비겁한 적은 없었다
08/08/20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