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어의 품격
이경애
90년대 큰 인기를 끌었던 한국영화가 있었다. 나는 막상 그 영화가 유행할 즈음에는 보지
못하고 있다가 나중에 빌려온 비디오로 아이들과 함께 보게 되었다. 그 영화는 조직 폭력배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다툼과 우정을 그린 영화였는데, 상스러운 욕이 난무하여 몹시 당혹스러웠
다. 당시,중 고등 학생이던 딸과 아들도 얼굴이 벌게지며 안절 부절 못하는 눈치였다.
그로부터 20여 년 사이에 욕은 어린 초등학생부터 중, 고등 학생 등, 젊은이들 사이에 보통
생활언어가 되다시피 하는 것을 보게 된다. 아직 분별력이 모자라는 어린 아이들에겐 주위의
또래에게서 흥미를 느끼며 따라 하기를 좋아한다. 친구들 사이에서 욕으로 대화를 하는 것이
신세대의 고급한 문화나, 힘의 우위에 서게 되는 양, 휩쓸리게 되는 것 같다.
욕을 하지 않는 아이는 또래들에 뒤쳐진 지진아 취급을 받는 매우 어이없는 현상이 된 것 같다.
욕은 전염병 처럼 급속히 퍼져나가 여린 순같이 순전 해야 할 아이들의 내면까지 더러움으로 물들게
하지 않을지 걱정된다.
요즈음 나오는 영화에서는 욕설은 기본이고, 성인 방송이나, 인터넷에서
막말과 욕이 난무 한다. 그런 막말이나 욕을 사용하는 부류는 따로 없이 인기연예인, 정치가,
심지어 언어로 세상을 맑게 해야하는 문인들까지 언론의 자유(?)를 만끽하기 위함인지, 인기
끌기(?) 용으로 일부러 쓰는 건지 건전치 못한 언어를 선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언어의 자유,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누구나 자유로이 말 할 수 있다. 천박한 말도, 품위 있는 말도. 언어는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 다만 사람이 언어를 가린다. 언어는 돈을 주고 사는 것도 아니고 귀, 천도
없이 누구에게나 공짜다.
그래서인가? 언어는 자유를 넘어 폭력이 되고 있다. 더구나 빛의 속도
로 전 세계에 퍼지는 인터넷상에서 언어는 그 파급력의 위력이 대단 할 수 밖에 없다. 문제는
인터넷 사용자는 글을 아는 이면 누구나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유치원생 어린아이도, 초등학교
1학년 아이도..
그저 심심해서 인터넷에 장난처럼 던진 한마디 막말이, 그 상대의 생명을 버려야 할 만큼 마음
에 상처를 주는 글도 있고, 생각 없이 던지는 욕설들이 자신 스스로의 품위를 떨어뜨리는 것임
을 알아야 한다. 상스러운 욕을 거침없이 내뱉음으로, 자신이 자유인의 척도를 높이는 월등 한
사람이라도 된 것으로 생각하는지 참으로 안타깝다.
우리 옛 말에,
‘가루는 칠수록 고와지고 말은 할수록 거칠어 진다’
‘쌀은 쏟고 주워도, 말은 하고 못 줍는다’ 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말 안하면 귀신도 모른다’ 라고 했으니 말이란, 하지 않고 살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한마디
한마디를 신중히 가려서 해야하는 쉽고도 어려운 것이 말이라 생각된다.
말은 형태가 없으나, 힘을 가지고 있다.
말은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켜 천냥빚을 갚게도 하고, 비수가 되어 평생 원한으로 남게도
한다. 상대의 아픔을 같이 아파하는 진실한 위로의 말은 지친 이를 보듬어 일어 나게하는
위안이 되며, 스스로 죽음앞에 선 이를 다시 삶으로 돌아서게 하는 생명이 되기도 한다.
인생을 먼저 살다 남기고 간 현자賢者의 말 속에서 우리는 삶의 지혜를 얻고, 때로는 시인의
명경明鏡에 담긴 한 줄 시 속에서 뭉친 가슴이 풀어져 내리기도 한다.
잘 갖추어 입은 신사의 입에서 구정물같은 더러운 말이 뱉어진다면, 그 사람은 더 이상 신사가
아니다. 말은 그 사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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