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방이
메어 달린 목숨의 호흡이 끊어지지 않아 오늘도 허우적대는 한 나방이 끈적거리는 거미줄을 못 벗어 나오고 헐 말을 도둑맞은 무력함이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라하신 인자의 옆 모습을 비낀 눈빛으로 바라만 본다
나의 서 있음이 뛰는 고동에서 넉넉한 먹음에 시작되어 이제는 보리죽 한 그릇보다는 아픈 가슴이 더 빨리 타인을 의식하게 한다
베드로 앞에 둘의 무기물질이 된 아나니아와 삽비라 부부는 거짓말 속에 내려진 신의 저주 소금 기둥이 된 롯의 아내 한 마리의 돈 벌레가 되고자 높고 푸르른 하늘을 잃어버린 가엾은 애벌레 뜯기어 먹혀가는 가슴 한 구석을 성스러운 제단위에 번제물로 올려놓았다
살아 보려는 의지는 사형수의 간절한 마음 영혼을 포기하려는 어느 자살자의 십자가 모음 한 애벌레는 나방의 방에서 태어나 아픈 두 날개를 달고 사방이 두꺼운 시멘트벽의 네 그림자를 모두-어 들이키고 있다 아! 언제나 훠얼 훨 나르는 마음 없는 날개가 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