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밤 하이웨이에서

웹관리자 2024.01.15 12:59 조회 수 : 1

 

겨울밤 하이웨이에서

 

그해 겨울, 2월의 겨울밤은 유난히 추웠다. 큰 나무들과 숲으로만

둘러싸인 하이웨이 길은 칠흑같이 어둡고 을씨년스러웠다.

큰 나무 위의 작은 가지들은 밤이라 모두 까망색으로 길게 늘어져

있어 마치 유령의 머리카락처럼 흐느적거리고 있었다. 일요일 늦은

밤은 적막했다. 벌써 몇 년째 매달 봉사하는 교회의 중요한 행사 날

이다. 행사가 끝나도 마무리 작업으로 그 넓은 행사장 천장에 매달려

있는 풍선들을 모두 모아 차 안에 밀어 넣으니 운전석 앞을 빼고는

옆과 뒷면 시야가 완전히 가려져, 더구나 헬륨으로 불어 올린 풍선들

은 차 안 천장에도 둥둥 떠 있어 말 안 듣는 아이처럼 제멋대로이다.

손으로 만든 장미꽃들로 꽃다발을 만들어 벽에도 장식하면 참석자

들은 먼 옛날로 돌아가 마냥 행복해한다. 그들의 행복한 표정이 바로

풍선아트 디자이너인 나의 표정이다. 밤샘으로 만든 꽃장식도 마음

에 들지 않아 시간이 아무리 촉박해도 새로 시작한다. 마치 도예가가

조그마한 흠짐에도 귀한 도자기를 깨트리듯이.......

이제 오늘의 주제인 헬륨 통이 한밤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 놓은

주인공이다.

행사를 마치고 어느 집사님이 무거운 헬륨 통(대형 쇠통)을 차 안뒤 자석에 고정시키지 않고 오뚝이처럼 세워 두어 교회의 큰 골목길

은 서행으로 무사했으나, 하이웨이 길에 들어서면서부터 스피드에 견

디다 못한 헬륨 키 큰 쇠통이 길게 넘어져 버렸다.

갑자기 요란한 ‘쿵’하는 소리와 함께 ‘씨익~~’ 적막한 밤 풀벌레 소

리도 들리는 밤이었으니 상상해보시면 아실 듯.

아마 넘어지는 과정에서 발부(잠금장치)가 빗나가 그 사이로 가스

가 새어 나가는 굉음은 공포의 소리 그 자체였다.

순간 차가 폭발할 것 같아 시동만 급히 끄고 그 자리에서 문밖으로

피신했으나 뒷문을 열 엄두를 못 내고 계속 서 있으니, 계속 ‘씨익~~’

정신없이 눈을 감고 뒷문을 열고 무거운 가스통을 일으키니 그제서야

소리가 조용해진다.

떨리는 손으로 발부를 돌려 잠가놓은 후 차 안에 다시 들어가자마

자 차 뒤쪽에서 무언가 들리는 소리와 함께 ‘번쩍번쩍’하는 오색 찬란

한 차가 점점 가까이 오고 있었다.

차 뒷좌석 풍선 사이로 보이는 광경은 어쩌면 차 안의 풍선 색깔

과 흡사한지. 공포를 떠나 전율이다. 바로 경찰차다. 이 늦은 밤 나

무 사이에 숨어 있지는 않았을 테고 불과 짧은 시간에 어떻게 알고

출동을 했는지? 솔개도 날개를 펼 시간이 필요한데 그 무서운 공포가

채 가시기 전에 도착, 차문을 노크함과 동시에 “아무리 늦은 밤일지라

도 하이웨이 중간에 차를 정지하고 있으면 얼마나 워험한 지 아느냐?

갑자기 뒤차가 정지할 수 없다.”라는 아주 놀라는 표정이다.

‘아무리 급한 위기 시라도 반드시 갓길로 이동시켜야 한다.’고 계속

반복하며 걱정스런 마음으로 라이센스부터 다 가져가 버렸다. 차 안

에서 한참이 흐르는 동안 본인은 항상 힘들 땐 나대로의 방식이 있다. 극단적인 생각을 한다.

이 차를 가져간다면 밤이 늦었으니 콜택시를 불러야지. 하이웨이

길 울창한 나무들 사이에 주소가 있어야 할 텐데. 저 많은 풍선들을

어떻게 하나?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잠시 기도를 했다. “하나님! 저는 억울합니

다. 죄가 있다면 모든 사람들을 기쁘게 하고 싶은 죄밖에 없습니다.

왜 그렇게 하고 싶었냐고 물으신다면 ‘그냥’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 기회에 하나 안 것은 ‘만약 집이 없는 길에서 길을 잃었다면 길에

세워진 전봇대에 숫자가 적혀 있다.’ 그 숫자가 주소다.

한데, 이제 어떻게 판결이 나올지 마음이 초초하게 기다리고 있는

데, 호랑이 비켜 가면 사자가 나타난다고 하더니 저 멀리서 아까처럼

오색 등불을 번쩍이며 두 대가 이번에는 쌍으로 도착을 한다. 경찰차

3대가 시동도 끄지 않고 말이다.

그 칠흑 같은 밤하늘을 마치 영화 촬영장처럼. 아마 그 하이웨이

생긴 이래 가장 밝게 빛났을 것 같았다.

처음 도착한 경찰이 혹 마약사범을 잡았다고 했는지? 어두우니 불

을 밝혀야 했는지?

분명 교회 행사라고 했으며 상황을 다 알면서 한밤중 지나가는 차

한 대 없는 하이웨이 길에 꼭 경찰차 3대가 와야 했는지? 타운에 기

동력을 자랑하려고 아니면 차 숫자가 많다고 과시하려 함인지?

아무튼 얼마나 공포심을 가져다줄는지 생각은 않은 채로 한참을 기

다리고 나서야 노크를 한다. 당신은 4가지 티겟에 해당하는 벌칙을

가졌다. 첫째, 하이웨이에서 가는 길 그대로 정차함(도로 중간). 두

번째, 인스팩숀이 이틀이 지났다. 셋째, 헬륨 통은 밀폐된 공간에 실을 수 없다. 넷째, 차 안 풍선이 모든 시야를 가려 위험함.

나는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이미 ‘차까지 가져가리라’ 콜택시 번호

를 찾아 놓았기 때문이다.

한데, 기적이 일어나고 있었다. 각종 서류를 돌려주는 동시에 티켓

이 보이지 않았다. 처음 도착한 그 경찰은 마치 3살짜리 달래듯이 앞

으로 다른 것은 몰라도 한 가지 가장 꼭 지켜야 할 문제는 어떠한 일

이 발생해도 차를 밀어서라도 갓길에 비켜 놓아야 한다고 반복해서

몇 번인가 얘기를 한다. ‘오늘은 아무 티겟을 발행하지 않겠다.’며 ‘잘

가라.’고 한다.

이미 몇 번인가 연속으로 놀라 정신이 혼미해 고맙다는 말을 하지

못한 채 가만히 앉아 있으니, 가다가 다시 돌아와 ‘운전할 수 있는가?’

‘도움이 필요하지는 않는지?’ 묻는다. 아마 나의 표정에서 공포와 고

마움과 모두를 읽고 있는 듯했다.

고맙지만 몹시 지쳐 있어 집에 가서 쉬고 싶다고 하니, ‘조심해서

천천히 가야 한다.’고 했다. 왜냐하면 풍선이 시야를 모두 가려서이다.

아까부터 개인적으로 궁금한 문제인데 왜 몇 시간 지나면 사용하지

못할 풍선을 왜 힘들게 가져가려고 하느냐? 헬륨으로 불어올린 풍선

은 24시간이 지나면 모두 내려와 고개 숙인 남자가 아니라, 고개 숙

인 풍선이 되고 만다. 둥둥 떠서 고운 자태지만 불과 하루를 지탱할

수 없다. 공기압축기를 사용해 손으로 만든 풍선은 약 일주일이 수명

이다.

다시 경찰관의 물음에 보통은 오늘보다 일찍 끝나 가까운 널싱홈의

불편한 노약자들, 주로 휠체어 타신 분, 치매로 바깥출입이 통제되어

있는 희망도 그 무엇도 보이지 않는 그분들이 단 하루라도 행복할 수있도록 갖다 드리는데, 오늘은 늦어서 내일 아침 일찍 가려고 했다고

하니 경찰도 그곳을 잘 알고 있다고 한다. 같은 타운이니까.

‘입구와 복도에 풍선 장식하면 눈 오는 날의 아이처럼 좋아해서’라

고... 하니 갑자기 경찰복에 어울리지 않게 얼굴 전체로 웃으면서 다

음 달에는 널싱홈에 가서 얼마나 그분들이 좋아하는지를 조사하겠다

고 했다.

그 유머는 집으로 오는 길에 극도의 공포심에서 벗어날 수 있는 큰

힘이 되었다.

 

참고로 나중에 안 지식이다. 풍선 헬륨 통은 폭발하지 않는다 한

다. 그 아무도 없는 거리 칠흑같이 어두운 길! 분명 하나님은 동행하

셔서 보호해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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