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달픈 서류 미비 자들

관리자 2026.02.26 18:07 조회 수 : 40

고달픈 서류 미비 자들

 

양주희

 

아침마다 우리가게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은 맨해튼으로 출근을 한다햇볕이 따스하게 비추는 사거리 모퉁이에는 일용직 구직원이 모여 있다가게 문을 열고 커피를 내리고 대충 정리를 하고 아침을 먹으려고 재봉틀 앞에 앉으면 구직자나 출근자들의 발걸음이 뜸하다아침을 먹고 나서 밖을 내다보면 매일같이 비슷한 시간에 노인 부부가 큰 수레를 끌고 쓰레기통을 뒤져 소다 캔과 물병과 플라스틱 물병을 주어 담는다두 사람 손에는 고무장갑이 끼어있다맨 손을 본적이 없다하루에 몇 마일을 걷는지 모르지만 저녁 시간이 되면 소형차 크기의 자루에 넣은 병들을 2개씩 실고 팔러 가는 것 같다아침에는 할아버지가 빠른 걸음으로 앞서 가지만 큰 짐을 실고 팔러 갈 때는 할머니가 앞서고 뒤에서 할아버지는 할머니 자루가 떨어지지 않나 살피면서 끌 대를 끌고 간다가끔 나는 물병을 모아 큰 플라스틱 백을 가득 채워 할머니나 할아버지에게 전하지만 고맙다고 인사하거나 그 흔한 땡큐 소리도 하지 않는다미국에 온지 오래되지 않은 것 같다자그마한 체구에 걷는 속도가 무척 빠르다더운 날씨에는 줍는 양이 많아 자루가 꽉 채워 무척 크지만 비가 오거나 쌀쌀한 날은 자루가 크지 않다이상하게 몇 주째 두 노인부부가 보이지 않는다.

우리 가게 같은 건물에 사람들이 음식 주문을 하고 픽업하는 중국 식당이 있었다온 가족이 가게에서 일을 했다두 딸을 낳아서 학교에 보내고 친정 엄마까지 불러들여 아이들을 돌보고 5-6년 가게를 운영했는데 갑자기 문을 닫고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관리인에 따르면 비자가 만료되었다고 하는데 다른 사람에게 넘기지도 않고 주방기구 하나 가져가지 않고 가게를 닫은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작년 가을 이었는데 지난 3월 갑자기 우리가게에 이민 세관 단속국 (ICE)직원 두 명이 왔다.  나는 ICE 카드가 두 사람 목에 걸렸는데 무엇인지도 모르고 가만히 서 있었다. ICE 직원이라고 재차 나에게 조용히 말을 한다정말 나는 ICE가 무엇인지도 몰랐다고개를 갸우뚱하는 나에게 이민 세관 단 속국에서 왔다고 자세히 설명을 했다깜짝 놀랐다나는 여기에 오래 살았고 불법 체류자가 아니라고 강변했다그랬더니 중국 음식점을 이야기하며 언제 문을 닫았고 누구누구 일을 했느냐고 묻는다나는 중국 사람도 아니고 중국 음식을 좋아하지 않고 그 가게에 가지 않아 모른다고 대답했다갑자기 내 머릿속에 날벼락이 떨어졌다불법 체류자 단속한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내 앞에 ICE직원이 나타났다는 사실에 놀라 넘어 질변 했다죄도 없이 덜덜 떨었다이게 무슨 일인가 정말 뉴스에서 듣던 사실을 현실로 접하고 나니 반세기가 지나도록 영주권 보자는 사람이 없었다영주권이나 여권은 해외여행 시나 필요했지 일상생활에서는 쳐다보지도 어디에 두었는지도 모르고 지냈다어느 누가 말했던가영주권이 없는 사람은 오밤중에 소방차가 윙윙 소리를 내고 지나가도 자기 잡으러 오나 싶어 집에서도 숨는다고 했다.

정신적으로 안정되지 않는 삶속에서도 중노동을 감수하고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그래도 이 땅이 자기가 태어난 곳보다 먹고 살기가 괜찮다는 안도감으로 하루하루를 버티면서 살아간다이 정부가 들어서면서 일용직이나 서류미비 자 들이 쥐구멍에서 숨을 쉬고 있다가게 앞을 지나치던 많은 사람들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사람들 서로서로 연결되어 집 청소를 하거나 주인이 여행을 떠나면서 개나 고양이 돌봐주는 일로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한다세탁소를 운영하는 멕시코 친구는 일하는 사람들이 영주권 가진 자가 없어 한 밤중에 일을 하고 새벽이 되기 전에 퇴근시킨다고 했다영주권은 없지만 주어진 일터에서 일하고 세금내고 정상적으로 사는 사람들마저 불안에 떨고 있는 지금이 자유로운 미국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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