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봉틀 앞에서

웹관리자 2024.02.16 17:48 조회 수 : 1

재봉틀 앞에서

 

 

아침마다 화장을 곱게 한 후

머리를 가지런히 빗어 뒤로 묶고는

수수한 원피스 차림으로

일터에 간다

 

처음 재봉틀 앞에 앉던 날

손은 떨리고

페달은 다리에 힘을 줘서

속절없이 눌러 버리고는

하염없이 좌절했던

마음 구석구석에 낀 때들을

가끔 기억해 내고

재봉틀 앞에 앉아 계신

엄마를 생각한다

 

엄마의 손끝은 뭉툭했지만

요술봉 같아

빨간 자개 손틀에서

덜덜덜 돌아가면

꽃무늬가 예쁜 포플린 옷감은

원피스가 되고

치마가 되면

나는 그옷을 입고

동네에 나가 자랑했다

 

한땀 한땀

건너뛰면서 다시 그 자리로

지우개로 지우며

인내를 꿰맨다

삶을 꿰맨다

인생을 꿰맨다 

 

 

                     - 세탁소를 처음 오픈하였을때를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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