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뜨 : 그러던지요

웹관리자 2023.11.01 20:14 조회 수 : 6

 

그러던지요

                                                                             

민여사가 <그렇게 하시든지요.>했다그렇게 하시던지요 라는 의견은 찬성인지 아님 내키지 않지만 하고싶으면 하라는 말인지 또는 당신 생각대로 하든지 말든지 상관없다는 것인지 심중에 갈등이 일었다.

민선생은 한번 기침 비슷한 소리를 내며 물끄러미 앞에 앉은 여인을 바라 보았다문득 그녀가 자기 의견을 분명하고도 또렷하게 말한 적이 있었던가 싶은 의문이 치밀었다.

이런건 혼자 결정할 일이 아니고  생각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는지 그쪽의 의견이 듣고 싶소최소한 부드러운 음성으로 묻고자 했으나  또한 그런 부드러움으로 저쪽에 전해졌을지는 의문이었다.

 사람은 서로의 마음을  겨냥할 깜으로 약간 한동안 마주 바라보기만 했다그렇게 정면으로 바라보자면 서로 완전히 익숙하지 않은 얼굴이기에 눈에 들어오는 것은 상대방의 깊어진 주름이나 세월이 휩쓸고 지나간 칙칙한 삶의 잔재뿐이 아니랴.  눈에 보이는 모든 마이너스의 여건을 뛰어 넘으며 서로에게 안착할  있는 콩깍지도 없고 젊음이라는 막강한 약발이 사그라진 처지라 상대에게 호감이 일어날 엄두가 나지 않는 것이 분명했다매말라 버린 감정은 뜨거워지기는 커녕 미지근해질 불씨조차 담을  없는 처지인 것같았다서로가.

육십과 칠십의 끝자락에서 만난  노장 남녀가 무슨 활달한 패기와 만만한 정렬이 있다고 상대에게 자신을 던지겠는가그저 두드리고 망서리고 건널까 말까 재고 겨누기만 해온 것이 석달 가까운  사람의 모습이었다.

상대를 위해 할애할 에너지가 실상은 고갈한 것이 분명한데 이건 아니지 새로운 인생으로 앞날을 즐기며 살아야 하는 것이 당연하고 말고옛날에 집착할 필요도 없고 자신을 옭아매선 안되고 새로운 사람과 만나 전진 앞으로 나가야 하는 것이 옳고 말고.

 사람의 생각은 그러한 전진을 부르짖으며 자신을 열고  생활을 시작해야 한다는 비슷한 생각을 공평하게 나누고 있으며 이에 대한 견해가 누가  많고 적음없이 똑같이 꽂혀 있었다.

그러나  사람이 만날수록 부풀어오르는 것은 기대와 꿈이 아니고 현실의 당면과제와 함께 한다는 것이 자신없어지는 위축되는 감정과 부정적인 면면이 슬그머니 늘어날 뿐이었다.

이런 마음으로 앉아 식사라도 끝내고나면  커피를 앞에 놓고 나눌  있는 대화는 한계가 있고 흥미없는 라떼나 들춰내는 과거사를 들어줘야 하는 것도 부담스럽다면 이건 아니다, 아닐까?  이런 의문에 쌓인  상대방이 무얼 제안하면 그러시던지요라는 반응이 민여사로 부터 나오는 것은 당연했다 대답이야 말로 관계를 깨지는 않고 불쑥 가깝게도 하지 않는 가장 합리적인 답이라는 것이 기실 민여사의 마음가짐이었다.

이혼녀 민여사와 홀아비 남선생은 석달 열흘  친지로 부터 소개받아  부담없이 만나기로 했고 그렇게 알게되어 사흘이 멀다하고 만났으니 거의 이십여번을 만나온터다젊은 아이들 같았으면  사이 만리장성도 쌓을 시간이고 깨져버린지 오래일 수도 있는 짧지 않은 기간인  분명하다그러나 정이 들기전 너무나 많은 감정들이 수시로 빗발치는 바람에 민여사는 두어 시간을 같은 마음으로 지내는 것이 어려울 지경이었다.  그래  정도 사람도 앞으로  기회는 없을 거다 해보자이것이 아침의 각오면 모든 것이 귀찮다는 생각이  전신을 장악하며 관계에 대한 흥미가 완전 사라지는 것이  시간 후의 마음가짐이었다사람이 점잖고 괜찮다는 생각을 하면 호감이 생기다가도  색다른 판단과 새로운 의구심으로 소침해지고 진지한 결단이 서지 않았다.  함께 산다는 것은 결국 여자가 식사를 책임지고 식사  아니라 가사일을 맡아야 하고 남자는 앉아서 유튜브나 감상하며 밥이 대령되기를 기다리는 것이다앞날을 뻔히 내다볼  있는 그림과 스마트한 추리가 그녀의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 장애요소였다.  긍정적으로 나서야 진척이 있는데 부정과 의문이 끊이지 않으니 무슨 좋은 일이 되겠는가.

민선생도 피차 일번일 터였다혼자 지내는 것이 외로우니 벗을 만들라고 떠밀려 만날때만 해도 혼자 사는 것에 익어 그냥 이렇게 사는 것이 편하다는 생각이 지배적인 때였다.  그래도 상대의 인상도 좋고 혼자되어 외로운 처지를 백번 이해할  있어서 혼자보다는 함께 살아가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열심이 생기기 시작한  다행이었다허나 민여사의 꼬리를 내리는 비적극적인 태도는 남선생에게도 여러 생각을 떠올리게 했다.

우리 아이들이랑 만나 함께 식사를 할까요라는 요청에 그러자 말자  아니고 그러던지요하는 대답은 말의 뉘앙스를 따져볼  절대 긍정은 아니었기에 남선생은 민여사의 표정에서 답을 찾아 보려 했다.

싫으신건가요그가 표정을 살피며 묻자 싫은  아니구요그렇게 하세요라고 힘겹게 상대방이 응답하는 반응을 보였다.

이런 대화는 피곤하다는 생각이 스치자 남선생의 얼굴에서 약간의 짜증이 흘렀고  표정을 민여사는 또한 놓치지 않고 간과했다.  그녀는 얼른   시간이 지난  함께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했어요괜한 오해를 하게 만들까 싶어서요.

어떤 오해요?

우리가 무슨 결정이라도  것처럼 보일까 싶어서요.  아무튼 시간이   필요할 것같아요.    

남선생은 깍듯하게 무슨 뜻인지  알았습니다했다그의 대답은 모든 의문과 군더더기를  잘라내듯 명료한 느낌으로 전달되었다.   대화로 모든 어려움과 의문을 매듭짓고 기대와 희망도 철회한다는 단호한 어조로 전달되어 황당할 지경이었다.

민여사는 이거 뭐야이런 의견차이 하나로 그냥 끝내자는 거야그렇게 대화가 안통해?  생각하며 붉어진 얼굴로 벽에 써있는 커피 메뉴에게 새삼 관심을 보였다민선생은  나이에 시간 낭비 에너지 낭비 이런  사절이라는 생각으로  민여사의 옆모습을 응시했다물들여지지 않은 흰머리들이 새삼스럽게 여자의 노화를 들이대듯 했다그는 자신이 젊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여자가 젊지 않다는 것은 부담스럽게 여기고 싶었다.

오늘이 가장 젊은 날이야행복과 즐거움은 자신이 만드는  한번 뿐인 인생 별거 아니야욕심없이 즐기면서 자기를 위해 남은 생을 보내는 것이 후회가 없고 그리고 기회도 생기는 것이요친구가 여사를 소개하며 부축인 말들은 하나도 그른  없고 지당한 것이었다그러나 문득 늙어서 서로 함께 한다는 것은 자기가 살아온 모든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부담과 서로 원치 않는 일들은 누가 양보해야 하며 하고싶은 것을 맘대로   없다는 (예컨대 낚시같은근심도 따를 것이었다즐거움보다는 힘든 책임과 마음의 갈등이   것이라는 예전의 굳은 생각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저는 이해합니다나이들어서 갑자기 만난 사람들이 함께 산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  많을 것이라고 여겨요그러나 그냥 흐르는 세월에 맡기고 노력하려고 했어요.   그냥 밥이나 함께 먹고 헤어지는 여자친구는 필요없구요서로의 손발이 되어주는 파트너를 만나 함께 살고 싶었어요여사님은 아직 마음의 결정이 안된  같네요.

남선생은 그동안 여러번 내놓고 싶었던 심중의 말을 홀가분하게 털어놓았다.  여자의 표정은 지금 마음의 결정이 안됐다는 당연한 답변도 거부하는 듯했다.

마음의 결정이 되면 연락하세요 확실한  원해요연락주시는 걸로 알고 있을까요?

남선생이 아주 예의바르고 따뜻한 질문을 던졌고 민여사는 자신도 모르게 얼른 대답했다.  그렇게 하시던지요그리고 황급하게 덧붙였다.

확실히 말하는  쉽지 않아요 마음이 그래요.

그녀의 당황하듯 내뱉는  말은 정말 정말 진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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