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 지피티가 써준 글
맨해튼 어느 레스토랑 테이블 위에 QR코드 카드만 덜렁 놓여 있었을 때, 암만 나이 많은 어수룩한 아시안 여자가 아닌 척 하려해도 별수가 없었다. 웨이터를 불러, 종이로 된 메뉴를 달라고 했다. 그것도 벌써 오래전 일이다. 얼마 전엔 공영주차장에서 셀 폰으로 앱을 다운로드해서 주차비를 내라고 해서 한바탕 쩔쩔맸다.
그 옛날 내 어머니가 전축을 틀을 줄 몰라서 쩔쩔매던 때와 다를 바가 하나도 없다. 다르다면, 어머니는 전축을 안 틀면 그뿐인데, 지금은 할 줄 모르면 일상생활이 돌아가지를 않는 것이다. 살기위해서는 최첨단 테크놀로지를 따라가야만 한다.
얼마전에 챗 지피티(Chat GPT)를 다운 로드 받았다.
잘못 클릭해서 A I로부터 뭔가를 탈취당할까 봐 조마조마했는데 예상 외로 너무 쉽게 챗 지피티가 손 안에 들어오자 오히려 당황 했다. 왠지 몰라도 영어만 되는 줄 알았는데, 한국어도 일사천리다. “세상에…” 세상이 넓어지고 환해 진다.
제일 먼저, 내가 쓴 글을 질문난에 페이스트를 하고 ‘이글을 요약해주고 독자의 반응이 어떠할지 알려달라’고 쓰고 화살표를 누르자마자 주루루룩 답이 나온다. 와우! 미국식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놀라고 놀랐다.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순간순간 더 넓게 더 높게 더 깊게 바뀌고 있다.
그런데, 과연 나이든 미국의 한국 이민자 문인들에게도 그럴까? 한인이민자는 줄어들고 1.5세나 2세 작가가 한국어를 잘 한다 해도 작품을 한글로 쓰지는 않으니, 오히려 이민 문학인들에게는 세계가 점점 줄어들고 얇아지고 있는 게 아닌가. 문인협회를 이끌어가야 하는 직책을 맡고 보니 그 문제점이 눈앞에 보인다. 우리의 위기 말이다. 지금은 이럭저럭 꾸려 나가지만, 언제까지?
“글을 써 놨는데 다 날라갔어요”
“글 보낸 것 같은데요. 이상하네.”
“첨부파일이 안 열려요"
어느 남자회원의 이메일이 아무 설명없이 미국여자이름으로 들어오고, 카톡에 글을 써서 보내오는 사람도 있다. 철자법 기본이 안 된 경우도 허다하다. 왜 인가? 나이는 어김없이 들어가는데 하루에도 천리를 달리는 세상은 아예 따라가지 않기 때문이다.
컴퓨터 사용은 구구단이나 마찬가지인데 구구단을 외우지 않는다.
그러면서 카톡과 유튜브에는 하루종일 매달려 살고, AI 라든가 챗 지피티에 대해서는 ‘그렇다더라’ 정도로 만족이다. 영낙없는 뒷방 노인네다.
챗 지피티가 답해 준 ‘요약’은 나라면 그 정도로 할 수 없을 만큼 잘했으며, 내 글을 읽은 독자들의 반응에는 내가 전혀 생각 못했던 점까지 들어 있었다. 그렇구나. 물론 글을 수정했다. 인공지능의 덕을 본 것이다. 챗 지피티가 인간의 영역을 침범 한다라는 우려는 내 몫은 아니다. 우선은 인공지능을 알아야겠다. 싸우려면 먼저 적을 알아야 하는 것처럼.
“A.I. 시대가 문인들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라고 하자, 역시 순간적으로 답이 올라온다. <인공지능이 문학창작과 출판, 독자 등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적혀 있었고 그리고 연이어서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문학작가로서 AI와의 관계에서 고려해야 할 몇가지 대책을 살펴 보겠습니다.> 라며 구구절절 제안을 한다.
즉, 작가로서 인공지능이 어떻게 작동하며 얼만큼 능력이 있는지 또한 그 한계성은 무엇인지를 잘 알면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작가의 상상력과 창의력은 AI가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공지능에게 제목을 주고 윌리엄 워즈워스 식으로 시를 써봐라 하면 워즈워스다운 시를 줄줄이 써준다. 얼마든지 적당히 카피하고 적당히 짜 집기 할 수 있다. 그러니까 작가로서는 인공지능이 책임지지 않는 부분 - 불법 복제, 저작권 침해, 편견과 차별 등 - 윤리적인 책임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옛날에는 하나님만이 하던 일을 거의 다 인공지능이 해내고 있다. 고민이다. 어떻게 인공지능을 능가할 창의력과 상상력을 키워내야 하는지. 어디 까지가 작가가 해야 할 일인지.
이제는 한가롭게 달이나 구름을 노래할 때가 아닌 것 같다. 중국의 황사로 한국 공기 위험 신호에 빨간 불이 들어오고 캐나다의 산불로 뉴욕이 잿빛으로 덮이는 세상에, 이태백이 놀던 달은 사라졌고 뜨거워진 지구 산 기슭에 쉬어 가는 구름도 산들바람도 없다.
무엇보다 인공지능에 대해 기본적인 것부터 알아봐야겠다.
“하지만, 이 글을 쓰고 있는 동안에도 더 새로운 챗 지피티가 나오고 있을 텐데?”
겁먹었던QR코드가 자연스럽게 일상화되었듯이, 앞으로 남은 인생을 편안히 살아가기 위해서는 외워야 할 구구단을 찾아보자. 분명 어딘가 있을 것이다.
AI를 만든 건 인간이니까.암만 그래도…” 떠 오를테니 태양이 내일의 분명 내일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