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불
변정숙
너무나 견고해서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 같았다
심장까지 얼어가는 겨울
그럼에도
일월과 이월의 심장에 피가 돌고
얼음 깨지는 소리, 눈꽃 지는 소리
한 소리가 다른 한 소리를 불러오면서 깃발을 넘겨 주는,
순한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멀리서 꽃씨를 든 집배원이 오고
흙이 먼저 마중을 하는데
서로를 어루만지면서 숨을 트는 봄
물오르는 소리
꽃망울 터지는 소리
한 소리가 또 다른 한 소리를 받아 들이면서
이산에, 저 산에, 우리의 뜨락에
환호처럼 꽃불 활활 번진다
화기에 취한 봄날
무엇으로도 필 수 없는 검은 바위, 돌아 누운 등에도
햇살 꽃 피우는
꽃불 혁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