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불

웹관리자 2023.01.07 17:16 조회 수 : 24

꽃불

 

변정숙

 

너무나 견고해서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 같았다

심장까지 얼어가는 겨울

그럼에도

일월과 이월의 심장에 피가 돌고

얼음 깨지는 소리, 눈꽃 지는 소리

한 소리가 다른 한 소리를 불러오면서 깃발을 넘겨 주는,

순한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멀리서 꽃씨를 든 집배원이 오고

흙이 먼저 마중을 하는데

 

서로를 어루만지면서 숨을 트는 봄

물오르는 소리

꽃망울 터지는 소리

한 소리가 또 다른 한 소리를 받아 들이면서

이산에, 저 산에, 우리의 뜨락에

환호처럼 꽃불 활활 번진다

 

화기에 취한 봄날

무엇으로도 필 수 없는 검은 바위, 돌아 누운 등에도

햇살 꽃 피우는

꽃불 혁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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