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루나무 카페
변정숙
누가 하늘을 지피고 있나
불볕, 콸콸 쏟아지고 있다
뜨거운 몰매를 맞고 서있는 미루나무
묵언의 항쟁을 하고 있는 것인가
곳곳 하게 서서
푸른 멍이 든 그림자를 복사하고 있다
흙 위에 떨어진 빛 부스러기를 먹고 살찐, 푸른 그늘
찰랑찰랑 물소리가 날것도 같다
달아오르는 흙을 식히고도
남아도는 그늘이 세평이다
누구든 오라 한다
쉬어 가라 한다
도시의 사막을 건너는 낙타들이 온다
빈 병 줍는 김 노인도
피자 집 배달부 영대씨도 단골이다
상냥한 그늘은 공짜
이파리 부채바람은 서비스
팔월의 미루나무 카페는 성업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