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그리다
적, 적막한 강산
연초록 구릉 산철쭉, 복수초, 산수유, 노루귀꽃, 만발하면
봄인 줄 알리
자작나무 숲 그늘, 뻐꾸기 울음소리 외로움 얹고 땀방울 식힐 때면
여름이려니
시절 입은 검노란 잎 발밑 수북하니 아, 가을인가
참나무 고리짝 솜털 입성 끌어내어 온기 포개고
삐이꺽 덧문 여니 소리 없이 쌓여가는 함박눈, 어느새 겨울이네
참나무 가지 꺾어 담벼락 틈대에 촘촘이 걸어
소용없이 늘어가는 내 나이 기억하리
나 위해 흐드러진 우주의 조화
철철마다 낮 밤마다 풍덩 빠져들어
변치 않는 물결 타고 순전하게 살아가리
한 톨 시간 꿰어 매는 균열 간 아스팔트
지친 먼지 털어 내고
월력 없는 편안한 날 꿈꾸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