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금니
보기에도 오싹 했나
누에처럼 휘어진 강철그릇 속
방금 뽑힌 어금니,
눈물이 붉다
앓던 이 빼면 누가 시원하다 했는가
오랜 세월 동거동락 했던 우리
이렇듯 피눈물 흘리는데
우리의 애절함이 어이없다는 듯
의사는 잇몸 웅덩이에 탈지면을 쑤셔 넣는다
먹성 좋은 내가 수십년 동안
얼마나 그를 혹사했을까
시린 인생살이 견디느라 악다물어도
묵묵히 되새김질만 하던
나의 동반자, 어금니
차마 헤어질 수 없어 간호사에게
그를 데려 가 지붕위에 던지든지
앞마당에 고이 묻어 주고 싶다 청하니
규칙상 안 된다며 키득거린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목 붉은 신호등 앞에서
쓰레기통에 버려진 어금니 선연 해 휘청거리다
종료중인 생,
마지막 작별 위해 독해져야 한다고
허공을 깨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