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금니

웹관리자 2022.11.14 10:53 조회 수 : 32

어금니

 

 

보기에도 오싹 했나

누에처럼 휘어진 강철그릇 속

방금 뽑힌 어금니,

눈물이 붉다

 

앓던 이 빼면 누가 시원하다 했는가

오랜 세월 동거동락 했던 우리

이렇듯 피눈물 흘리는데

우리의 애절함이 어이없다는 듯

의사는 잇몸 웅덩이에 탈지면을 쑤셔 넣는다

 

먹성 좋은 내가 수십년 동안

얼마나 그를 혹사했을까

시린 인생살이 견디느라 악다물어도

묵묵히 되새김질만 하던

나의 동반자, 어금니

 

차마 헤어질 수 없어 간호사에게

그를 데려 가 지붕위에 던지든지

앞마당에 고이 묻어 주고 싶다 청하니

규칙상 안 된다며 키득거린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목 붉은 신호등 앞에서

쓰레기통에 버려진 어금니 선연 해 휘청거리다

종료중인 생,

마지막 작별 위해 독해져야 한다고

허공을 깨문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 어금니 웹관리자 2022.11.14 32
4 탯줄 웹관리자 2022.11.14 16
3 화이트스톤 브리지 웹관리자 2022.11.14 22
2 갈대 웹관리자 2022.11.14 12
1 웹관리자 2022.11.14 26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