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픽션의 두 여인상

웹관리자 2023.06.28 07:27 조회 수 : 17

기억컨데, 몇 년 전의 일이었다,

금강산에서 뉴욕문학 31집을 배부 중이니 가져가라는 통보를 받고, 식당 문을

들어서니, 가슴에 ‘ 뉴욕 문학회장 양 **이란 이름표를 붙인 중년은 넘어 보이는 한

여성이 반가이 나를 맞으며, 다짜 고짜 사진부터 먼저 한장 찍어야 한다며 카메라

렌즈를 들이 대는 것이다, 낯선 여성과는 사진 찍어 본 적이 없던 나로서는 당황

스러워 ,속으로. “ 벌건 대 낮에 외간 남자와 어찌 사진을 찍자고 하는가? “ 마치

이조시대 남녀 유별식 사고방식으로 생각 하면서도 한편으론, 기왕에사 찍을 바에야

맹송 맹송 경직된 차렷 자세로 찍느니 보다 회장님 어깨에 손을 살짝 올리고 다정하게

찍는 것이 낫지 않은가? 남편되시는 분께 따귀 한대 얻어 맞을 각오를 하며 제의

하기도 무섭게 카메라 셔터는 작동 되고 있었다, 이게 고 양정숙 회장과의 첫 만남

이었다,

그리고 책을 한아름 안고 문을 나설 참이었는데,

“ 다음 번에는 무슨 글을 쓰겠냐? “ 는 그 녀의 갑짝스런 질문에 나도 모르게 무심코

던진 즉흥적인 대답은

“ 죽음에 대한 글을 쓰고 싶다 “ 고 답변을 하고, 부랴 부랴 그 녀와 헤어 진게

처음이요 마지막 일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

그 일 후, 얼마 지나서 인가, 또다시 뉴욕문학에서 비보가 날아 들었다,

 

“ 고, 양정숙 회장께서 소천 하셨으니 장례식에 참석하라 “ 는 부고를 받아 들고 믿겨

지지 않는 ‘주검’ 앞에 서서 내가 한 말은, “ 회장님! 아무 말도 없이 그냥 사진 한장

달랑 남겨 놓고 이렇게 떠나시면, 이 초보 글쟁이는 이제 누구한테서 글을 배웁니까? “

그리고 옆에 검은 옷 입고 고개 숙인 그 녀의 남편 앞에서 “ 무슨 말로 위로 해야…” 채

말 끝도 잇지 못한체, 마치 따귀라도 한대 얻어 맞은 사람 마냥, 눈시울을 붉히며

장례식장을 나섰다.

그런데, 노던 블르바드에 이르렀을때, 어떤 한인 여성 한분과, 칠십 중반 쯤 되

보이는 한인 노인 한 분 과의 왁자지껄하게 다투는 소리가 들려왔다,

내용인 즉은, 그 한인 노인이 운전하던 차가 한인 여성이 한달전 새로 구입한 고급

세단 뭐, 비엠 따불류 라는 차를 긁어 버린 접촉 사고 때문이었다,

노인이 당뇨 어지럼 증세로 그 녀가 애지 중지하는 차를 긁은 것이긴 하지만

그렇게 큰 접촉 사고는 아닌것 같았고, 기껏해야 실낱 만큼 페인트가 조금 벗겨진

것뿐인데, “ 지금 당장이라도 바디 공장에 가서 백불이면 같은 색의 페인트로

터치하면 깜쪽같이 복원 될 수 있다는 노인의 애원에는 아랑곳없이 막무가내로

$3000 을 보상 하지 않으면 곧 바로 경찰을 부르겠다는 것이었다,

물론, 그 노인이 적반 하장 격이긴 하지만, 불평하는 내용을 잠시 들어 본 즉, 그

녀가 전혀 모르는 사람도 아닌 같은 동네 사람 이라는 것이었고, 또 얼마 전에 그 녀의

남편이 작고 하셨을땐 조문까지 하며 자신에게는 거금인 $50 불을 조의금으로 전달한

적이 있으며, 또 몇 달 전에는 그 녀의 딸이 길에 넘어져 울고 있을때에도 노인 손수

그 애를 업고 집까지 데려다 준 적이 있었다 하였다,

그건 그렇다손 치더라도 그 노인이 더욱 격분한 이유는 그 녀의 현 직업에 대한

환멸감 때문이었다, 그 녀는 퀸즈에 있다는 무슨 잡지사에 근무 하였고 편집까지

한다는 민중의 지팡이 격인 언론인 이라면서, 노인 에게는 일련의 동정심도 없이

안면몰수하며 돈만 챙길려는 그 녀의 냉정한 태도에 대한 슬픔과 분노와 실망감 같은

것이었다는 것이다,

노인의 수입이래야 기껏해야 정부에서 주는 극빈 노인 연금과 푸드 스템프가

고작인데, 그런 거금 $3000 불을 보상하지 않으면 경찰 부른다 하니, 눈 앞이

깜깜하여 “ 해도 해도 너무하다! 같은 한인으로써 그것도 같은 동네 사람인데…”

하면서 옥신각신 말다툼이 발전 하는가 했더니, 급기야는 삿대질로 변하며 한다는

말인즉 “ 어디 두고 봐라! 네가 생명같이 여기는 돈과 명예 때문에 쓴, 그 위선적인

잡글은 절대 사서 읽지 않을거야! “ 하며 언론인 에게는 치명적 이라고도 할 수 있는

안타를 날리는 것이었다,

장례식장을 떠나 이런 광경을 목격한 후 , 차창 가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착잡한 심정으로 운전대를 잡았지만 ,도무지 나의 뇌리에선 이 두 여인의 영상을 지워

버릴 수 없었고, 이 대조적인 두 여인의 시상 충돌이 자꾸만 연상되어, 귀가 도중 급

브레이크를 몇번이나 밟았는지 모른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책장에 꼽혀 있는 먼지 묻은 그 녀의 수필집, “ 마음 밭에 뛰

노는 빗소리 “ 의 책장을 넘기면서 생각한다,

“ 아! 글이란 손이 쓰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쓰는 것이구나! “ 하는 그 녀의 순수

문학 강의를 묵시적으로 체감하며, 그 때 그 녀와 함께 찍은 사진을 꺼내 들고

후회하였다, “ 그 녀의 남편에게 맞아 죽을지언정 자랑스런 우리 뉴욕 문학회장님

어깨를 힘껏 안아 주면서 사진을 찍을 껄…”하며 ,

그리고, 우리 후배들은 고인의 순수한 문학 정신을 이어 받아 장차 우리 동부 뉴욕

문학회 에서도 ‘노벨 문학상’ 까지도 받을 수 있도록,천국에서 기도해 주십사고…..

이젠 부디 영면하셔 안식을. 누리소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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