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의 눈물

nohryo 2022.10.12 18:47 조회 수 : 48

구름의 눈물

Tear of the Clouds. 구름의 눈물이라니. 시의 한 구절인가.  

하긴 구름은 울기를 잘한다. 

광활한 하늘에 살짝 붓칠한 듯 가볍게 흩날리는 구름이라도, 뽀송 뽀송 보드라운 솜 털 구름이라도, 무슨 이유에서건 울기를 시작하면 비가 내린다. 저쪽 하늘에 시커먼 구름이 낮게 드리워져 있다면 암만 이 쪽 하늘이 새파랗다고 해도, 좀 있다가 구름이 우루루 몰려와 비를 뿌리곤 한다.

 “구름의 눈물”이라는 말에서는 조용히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이 연상된다. 왕왕 울어 대는 소나기가 아니라, 하루종일 징징거리는 장마비가 아니라, 뭔가 말 못할 사연으로 가슴이 메이고, 억지로 참고 있던 눈물 샘이 터져 겉 잡을수 없이 주루룩 흘러내리듯, 그렇게 눈물 흘리는 장면이 보이는듯 하다.

이 구절을 발견한 건  詩에서가 아니라 인터넷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에서였다.

허드슨 강의 시초인 높은 산 속의 한 호수 이름이 ‘Tear of Clouds’라는 것이다. 

꽁꽁 얼었던 날씨가 푹하니 풀린 어느날,  모처럼 친구들을 만나러  허드슨 강가에 있는 레스토랑에 갔을 때였다. 차를 세우고 걸어가면서 무심코 강물을 바라보다가 흠찟했다. 맞나? 

강물이 거꾸로 흘렀다. 남쪽 맨해튼 쪽으로 흘러야 맞는데…….며칠을 비가 펑펑 퍼붇더니 아마도 얼음 녹은 물과 강 바닥의 흙이 뒤 섞였는가, 청갈색의 물결이 거칠게 출렁이며 북쪽으로 흐르고 있었다. 분명히 타판지 브릿지 쪽으로, 그러니까, 강이 흘러가야 하는 남쪽이 아닌 반대쪽으로 흐르고 있었다. 언뜻, 세상의 종말을 알리는 신호를 나혼자서 바라본 듯 했다. 

궁금증은 풀렸다. 집에 오자마자 구글로 ‘Hudson River’를 찾아봤고, 컴퓨터 화면에서, 내가 눈을 의심하며 목격한 거꾸로 흘러가던 강물에 대한 상세한 답을 찾았다.

뉴욕 주 북쪽 아디론덱 산맥 중에서도 가장 높은 마아시Marcy 산에서 졸졸흐르기 시작해서 수백마일을 내려와 대서양으로 흘러 들어가는 허드슨 강물이 바다의 밀물과 썰물에는 맥을 못춘다. 썰물 때에는 강물이 밀려 가서. 어떨 땐 맨해튼에서 거의 70마일, 즉 운전해서 거의 3시간이 걸리는 알바니까지 올라간다고 쓰여있었다.  

마아시산 중턱에 있는 허드슨 강의 원천으로 알려진 작은 호수의 이름이 ‘구름의 눈물’이라는 걸 덤으로 알게 된것이다. 지형학자인 버플랜크 콜빈이 1872년도에 쓴 글에 <해발 4293피트에, 아주 작고 미미하여 산 속 산들 바람에도 흔들리는, 마치 구름이 흘린 눈물과도 같은 연못>이라는 표현이 들어있다. 

뉴 저지로 장 보러가느라 워싱톤 브릿지를 건널 때나, 우드버리 아웃렛이나 사과 밭을 가느라 타판지 브릿지를 건너 갈 때마다 바라다 본 허드슨 강은 오로지 빨리 건너가야만 하는 강이었다. 항상 바빴다. 

이제, 한갓지게 내 고향의 강 ‘한강’도 찾아본다. 

어릴적 국립묘지 참배갈 때, 흥분하여 대절버스 열린 창으로 강 바람을 맞던 그 강이다. 물론, 지난 수십년간 한국에 갈 때마다, 다리도 참 많다며 어쩌면 이렇게 차가 밀리냐며 건너 다녔어도 한번도 강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지 않았다. 

 <태백산맥의 금대봉 정상부 북쪽 비탈에서 발원하여…> 아, 태백산맥까지 간다고? 그렇구나, 경기, 관동, 해서, 호서 같은 여러 지방을 거쳐서, 서울 한 복판에서는 흘러가는 느낌 조차 없이 흘러서 결국은 서해바다 강화도로 이어진다는 한강 역시 어느 산 비탈에서부터 시작하는구나. 다만 우리 한국인들은 그 근원을 ‘눈물’로 표현하지 않았을 뿐이다.  

서양사람들은 호수를 눈물로 표현하기를 좋아하는가. 눈물이 모인 호수가 또 하나 있다. 백조의 호수다. 오데트 공주가 마술에 걸려 백조가 되었을 때 공주의 어머니가 흘린 눈물이 호수가 되었다. 오데트가 낮에는 그 호수에 유유히 떠 있다가 밤에 왕자를 만나게 된다. 공주와 왕자의 사랑을 다룬 스토리에 엄마의 눈물인 ‘호수’가  제목이라는 것에서, 눈물의 의미가 새삼스럽다.

요즈음, 오고 가는 길에 허드슨 강을 바라보면서, 저 멀리 산 속에 눈물로 모여진 자그마한 호수를 그려본다. 그 동안  허드슨 강이 나의 미국 생활을 옆에서 조용히 지켜봐 줬다고 생각하고 싶다. 백조공주의 어머니처럼, 나의 엄마가 자식을 위해 조용히 흘리신 눈물이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사실, 지금 요양원에 누워계신 어머니는 눈물 흘리 실 분은 아니다. 무척이나 고집이 센 신여성으로, 세상의 흐름을 거슬러 거꾸로 흐르면 흘렀지, 속수무책으로 눈물 짓는 그런 어머니는 아니었다. 그렇지만,  그런 어머니였지만 눈물이 없었을 리가 없다. 보여주지 않았을 뿐이다 . 보이지 않았던 어머니의 눈물도 결국에는 맥 없이 바다로 흘러갈꺼구 그리고  구름이 되어 하늘로 올라가, 그리고는 다시 땅으로 내려서 내 옆을 흐르는 강물의 근원이 되었을수도 …...

저 머나 먼 산 속의 ‘Tear of Clouds’에서 어머니의 눈물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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