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한번 먹자

웹관리자 2024.01.15 14:42 조회 수 : 5

 

밥 한번 먹자

 

밥 한번 먹자는 말이 여러 번 오간 뒤

우리는 밥을 사이에 두고 앉았다

밥은 후식의 달콤함이 아니다

전식의 상큼함도 물론 아니다

방만한 관할구역만으로도 꿈이 되기도 하고

제 무게만으로도 꿈을 뭉개기도 하고

세상의 입을 거느리며 독재자가 되기도 하고

설움을 틀어막는 입막음이 되기도 하던 밥

밥 한번 먹자는 건 밥의 내력을 묻자는 게 아니다

밥의 선량함에 기대 습한 기억의 한쪽을 말리고 싶은

식어진 온기를 그러모아 불을 붙이고 싶은

가볍지 않은 실토였는데

당분의 함량을 염려하며 따끈한 밥을

익숙한 숟가락질의 기교로 싱겁게 먹는다

거칠어가는 피부를 이야기 하고

사라질 미래를 아쉬워하기도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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