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카펠라
조성자
산세 험할수록 나무는 폐활량이 크다 산등성을 손의 장력만으로 부둥켜안고 버텨온 시간 길다 나이테는 나무의 관상, 운명을 만드느라 뼛속까지 겨울을 적재하고 한 시절을 지난다
괄호를 치고 주석을 달았다 관건은 이해가 아니고 울림이라고 번번이 일침을 맞으면서도 길은 보이지 않았다 변명들이 눈처럼 날렸다
굴참과 졸참이 통성명도 없이 악수도 없이 서 있는 능선, 비릿한 생의 막장을 둘러메고 오르는 사내들의 신음이 배어 있는 고사목 둥치 위로 햇살도 잠깐 앉았다 일어선다
저만의 창법을 만드느라 목소리를 고르는 시간은 제단에 바쳐지는 어린양, 한 곡의 노래를 위해 기꺼이 소멸하겠다는 것이다
오르는 산은 제자 같고 내려가는 산은 스승 같다 보이는 것 모두가 죽비다 관성을 버리고 오직 작심으로 가란다 미끄러지던 마음을 곱은 손이 주워든다
골짜기를 돌다 헛디딘 바위틈에 아직 썩지 못하고 모여 있는 낙엽들, 숫한 헛발질의 지문이다 미수에 그친 빛나는 역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