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라면

웹관리자 2022.11.30 21:47 조회 수 : 33

당신이라면? .

 

며칠 전 엄마에게 신문과 옷가지를 가져다 주려고 재활 요양원에 갔을 때 나와 똑같이 환자가 갈아 입을 옷가지를 헝겊가방에 싸가지고 온 키가 크고 건장한 백인 여자를 바로 로비 앞에서 만났다.

병실에 근무하는 누군가가 데스크에서 보낸 연락을 받고 내려와서 옷을 픽업해 갈 때까지그 여자와 나는 얘기를 나누었다. 그녀의 어머니는 1년전에 뇌졸중에 걸려 병원에서 치료 받다가 집으로 모셔 갔는데 치매까지 와서 도저히 감당이 안되어 이 요양원으로 모셔왔다는 것이다. 어디가 어떻게 힘들어 그랬느냐고 물으니 놀랍게도 몸은 움직이는데 아무 이상이 없다는 것이다. 다만 심한 치매 증상을 보여 밤중에 자다가 보면 짐을 싸가지고 나가서 찾을 수가 없어 경찰을 부른 지도 여러번, 간병인이 집에 와도 계속 돈이 없어졌다느니하며 의심증이 심하여 다 떠나 버리고 심지어는 사위의 뺨까지 때렸다는 것이다. 그리고는 거의 매일 요양원을 방문해 왔는데 코로나 사태로 환자 방문이 금지되어 할 수 없이 며칠에 한번씩 빨래감만 수거해 가고 또 빨은 옷을 가져온다는 것이었다.

엄마는 지난 2월말 어느 토요일 갑자기 왼쪽 다리에 힘이 없다고 하시며 음식도 한쪽으로 흘리시기에 왜 그러느냐고 여쭤 보니 입가에 아무 감각이 안 느껴진다고 해서 바로 집 가까이에 있는 재코비병원 응급실로 모시고 갔더니 검사결과가 뇌경색으로 판정되었다. 수술을 못하시고 혈전용해제 등으로 치료를 받으시다가 3월 중순부터 3주 예정으로 단기 재활치료를 받기 위하여 재활원에 들어 가셨는데 들어가는 첫날부터 코비드 19 사태로 인해 환자면회가 금지되었다는 것이 아닌가. 하루에도 몇번씩 전화를 드리면 아무도 한국말 하는 사람이 없어 너무나 답답하다고 하소연하시면서 어느날은 어머니께서 “ 내가 무얼 잘못 했다고 여기에 던져 놓고 나타나지도 않느냐’면서 소리를 지르셔서 병원의 ‘ NO Visitor policy’를 아무리 설명해 드려도 이런 사태가 전에는 없었기에 이해를 못 하시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이튿날인가 재활원에서 전화가 왔는데 어머니가 갑자기 아무 이상이 없던 왼쪽손을 못 쓰신다고 하며 아마도 또 두번째 뇌졸중이 온 것 같은데 지금은 코로나 환자로 들끓고 있는 병원 응급실은 88세 고령의 어머니에게는 생명을 담보로 하는 너무나위험한 곳이기에 재활원에서 그냥 열심히 재활운동을 시켜서 좀 나으신 다음에 데려가라고 하는데 나도 어떻게 응급실로 꼭 보내라는 주장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러다 혹시라도 코로나병에 걸려 돌아가시기라도 한다면 해서.엄마를 집으로 모시고 와야된다고 결심을 여러번 했지만 아직도 단행을 못했다. 이유는 첫째는 지금은 코로나 사태로 방문간호사나 재활치료사를 구하기가 어렵다는 것이고 둘째는 재활원측에서 발병후 3개월이 재활치료의 골든타임인데 지금 집으로 가서 재활치료를 중단하면 왼쪽 팔다리 못 쓰는 상황이 고정되면서 악화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었다. 셋째는 어머니 주치의께서 어머니가 전문기관에서 더 치료받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사실은 무엇보다도 나 자신이 확신이 안 서는 것이다. 오른손으로 식사를 혼자서 하시는 것 외에는혼자 앉으실 수도 없고 서실 수도 없고 아무 것도 못하시는 어머니를 위해 삼시 세끼, 약챙기기, 화장실에 모시고 가는것, 침대에서 일으켜 세우고 그 다음에 휠체어로 옮겨 앉으시게 하는 것, 목욕 시켜 드리는 것, 의자에 앉으시게 도와드리는 것 , 두세시간마다 기저귀 갈아 드리는 것을 나 혼자서 24시간 챙겨 드리는 것을 얼마나 할 수 있는 가이다. 그 외에도 한주에 한두번 이상 병원이나 의사, 재활치료사에게 모시고 가야하며 또한 꼭 휠체어가 들어 가는 앰뷸렛을 가시기 사흘 전에 미리 예약을 해야하는 것들을 다 감당해 내어야 하는 것이다. 그 여자와 나는 우리 둘증 누가 감당하기가 나을까하고 서로 얘기해 보았는데 그 여자는 혼자서 중얼거리는 것이었다. 정신은 갔지만 그래도 몸은 움직이는데 지장이 없는 자기 쪽이 훨씬 다행이라고.

나는 생각해 보았다. 신체의 자유와 정신의 자유중 한 가지를 포기하고 다른 하나만 선택해야 될 상황이 온다면 어느 쪽을 택할 것인가.

막내 딸에게 물어 보았더니 일초도 지체하지 않고, 몸을 못 움직이는 것이 치매에 걸리는 것보다 낫다는 것이다. 이유인즉 치매에 걸리면 사랑하는 가족도 못 알아보고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어디에 있는 지도 모르고 지금이 언제인지도 모르는데다가 무엇보다 하나님이 계신 것까지 모르게 되는 것 아니냐고 결정타를 날린다.

당신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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