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물원에 간다
곽경순
맘과 몸이 어지러우면
나는 식물원에 간다
구십도를 넘는 뜨거운 열기도
푸른 대숲에서는 기를 못 편다
서늘한 찬바람이 대지에서 솟구친다
이국적인 이름을 가진 나무들이 향수에 젖어 제 이름을 부른다
잎새끝에 맺힌 이슬이 눈물인양 아롱거린다
이름 모를 이 어여쁜 꽃들은 다 어디 숨어 있다가 이렇게 열병식을 하고 있을까
고요한 연못에 비친 하늘과 구름 사이로 수련들은 고귀한 모습을 드러내며 오롯이 떠 있다.
따박따박 이길 따라 걷다 보면 아픔도 슬픔도 잦아들고
평화와 안식이 나를 포근히 감싸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