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탈 (부제: 가을 나무)
나의 집 앞 나무와 참새의 공생은 여름 내내 나를 괴롭혀 왔다.
그들의 시도 때도 없는 시끄러운 재잘거림과 밤새 내지르는 똥짓거리 때문이다.
커버린 나무의 녹음은 그들의 법당이 되어 버렸다.
심신의 수련도장이자, 명상의 휴식처가 왜 내 집 나무인가.
그들의 해우소는 주차한 무신경의 쇳덩어리인 줄 그들은 잘 알고 있으리라
밤샘의 수련과 명상의 도장은 짙은 나무의 잎새, 부처님이라 믿었으리라
영생이라 믿었던 부처님도 어수선한 이 세상 꼴 보기 싫어 다시 해탈을 하는구나.
그 빛나던 짙음이 수명을 다해 한번 탈바꿈한 말간 노란 잎파리를
몸 안의 온갖 잡념 덩어리인양 과감히 내던져진다
하늘이 훤히 보이는 법당에 그래도 아쉬어
참새들은 자기의 몸으로 천장을 만든다
나무는 그동안 보시를 많이 했다하며
또 다시 자기 것을 떨군다
참새는 안다
나무가 영생하여 봄에 다시 만날 것을 알기에
참새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받아드리고 떠날 준비를 한다
이 빈 가을에 사랑의 궤적을 드리며
영생을 기원하오
윤회를 다짐합니다
최주석 11/06/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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