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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기슭에서 / 윤영미

웹관리자 2025.07.14 12:19 조회 수 : 98

기억의 기슭에서

 

윤영미 


시간은 말없이 흘러가지만,
그 강물 속에는 여전히 지워지지 않는 이름들이 머물러 있습니다.
기억의 기슭에 앉아 떠올립니다.
함께 문학의 항해를 시작했던 동료들, 지금은 떠났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 여전히 살아 있는 얼굴들. 그 이름들이 문장처럼, 주마등처럼 제 마음을 스쳐 지나갑니다.

돌이켜 보면,
문학은 늘 순탄한 길만은 아니었습니다.
침묵으로 버텨야 했던 날들,
고요한 눈물로 글을 지켜야 했던 순간들.
그러나 바로 그 자리를,
한결같이 지켜주신 분들이 있었기에 이 길은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가장 먼저,
협회의 시작을 함께해 주신 발기인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또한 어떠한 어려움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자리를 지켜 주신
역대 회장님들, 이사장님,
그리고 임원진과 이사님들께 진심 어린 경의를 표합니다.

우리는 한 배를 타고
‘문학’이라는 파도를 함께 건너온 작가들입니다.
함께 쓰고, 함께 나누며, 함께 견뎌온 그 시간들이
이제는 우리 모두의 문장이 되었습니다.

이 자리에 서며,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시에 걸맞는 삶을 살아왔는가.”
그 물음 앞에서,
때로는 부끄럽고, 때로는 벅차지만 함께였기에 의미 있었고, 함께였기에 아름다웠습니다.

지금 이 순간,
저는 다시 한 권의 책처럼 펼쳐지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바라봅니다.
그리고 그 위에 새 문장을 얹습니다.

더 깊은 연대, 더 치열한 사랑, 더 맑은 언어로.
기억의 기슭에서,
우리는 다시 한 줄의 시가 되기 위해 걸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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