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머님은

웹관리자 2023.02.22 22:05 조회 수 : 15

내 어머님은

 

내 어머님은 아담하고 탄탄한 다리 짚고

함박스런 흰 꽃 피어 안고 있는 배꽃나무

 

그 꽃잎 속에 노르께한 꽃술 키워

잘생긴 열매 따서 동동 띄운

옹곳한 동치미 항아리-

 

내 어머님은 고개 숙여 피는 영원한 달꽃

소복한 몸매의 충청도 양반집 규수였다오.

 

그 이웃 농갓집 아들 성실한 인품 소문나

친정 부모님 축복으로 그 수줍은 처녀

천생연분 맺었다오.

 

한반도 역사를 강탈과 핍박으로 빼앗아간

36년 일제 압박 풀리자 임신하신 어머님

아버님 따라 서울에 올라오셔 정착했다오.

 

근면하고 슬기로운 우리 아빠

동서실업 차리고 어여쁜 기와집 마련하여

하나둘 탄생하는 7남매 자녀들 거느리시었다오.

 

허나, 인생길은 알고도 모를 일

천진한 여름 밤 장미꽃도 잠들어 있을 때

6·25사변 돌발했다오.

 

토끼같이 아름다운 우리 삼천리 강산

토끼 허리 동강 잘리고 중국, 소련, 미국의

대리 전쟁 희생물로 둔갑했다오.

그 후 역사는 흐르고 또 흘렀지만 아직도

생이별로 갈라진 남북 간의 대결-

 

하지만 남한은 미 우방국으로

자유 민주 이념 품고 하느님 섬기며

무궁한 발전과 도전으로 성장했다오.

 

허나, 내 사랑하는 어머님 아버님

자손들 기르시고 교육시키며

인생전쟁 치르시다 한 분 두 분

이 세상 떠나시게 되었다오.

 

어머님은 지금쯤 아버님 손

꼬옥 잡고 천당에 계실 천사

내 묵주신공 드릴 때면 성모님 곁에서

손 모아 내려다보실 어머님

 

내 어머님은

둥근 보름달 뜰 때면

그분 환한 미소 머금고

내 베개맡에 임하시는 어머님

 

그리도 고우셨던 내 어머님, 어느 날 간암에 짓밟혀

고통의 사경에서 헤매다가 지금도 타고 있는

잿불같이 보드랍고 따스한 그 손

내 슬픈 손에 담아 주고 뗘나신 어머님

 

그렇게 이 세상 떠나셨음은 성녀의 운명이었을까?

어머님, 사랑하는 어머님-

 

(“천송이 목련화” 시 부문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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