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 회장님, 우리 회장님

웹관리자 2025.03.30 20:59 조회 수 : 284

 

회장님 회장님, 우리 회장님  

 

명동거리에서 ‘사장님’하고 부르면 모두 다 뒤돌아본다고 했던가.

재벌회사나 대단한 단체에나 있는 자리인 줄 알았는데, 내가 ‘회장님’ 소리를 듣고 나니 왜 그렇게나 ‘회장님’이 눈에 띄는지.

플러싱 식당 에서 ‘회장님’ 불러보면 고개를 드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포트 리 어느 카페에서도 아마 마찬가지이리라.

물론 맨 처음엔 한인회가 생겼을 터이고 차례로 청과업, 수산업, 봉 제업 들이 미국 땅에서 살아남기 위해 협회들을 조직했겠지.

 

데이비 드 세다리스(David Sedaris)라는 작가가 80년대 쓴 쇼트 스토리에, Korean Dry Cleaner란 말이 나올 정도의 한인들의 세탁소, 끄덕하면 미국 드라마에

등장하는 네일 살롱도 또 우후죽순 솟아나는 교회들도 협회는 필수였다. 세월 따라 뉴욕과 뉴저지, 코네티컷으로 또 서부 동부로 갈라지며 지부도 태어난다.

동창회, 향우회, 교사협회, 경찰협회, 간호사협회, 노인회, 학부모회에 유학생회까지. 그리고 여성문제 가정 문제…,봉사단체만 해도 이루 셀 수가 없다.

 

빵만으로는 살 수 없는 예술인들도 각 분야마다 장르별로 세분화시 키며 계속해서 협회를 만든다. 뿐인가, 그동안 회장을 했던 사람들의 모임도 있고,

뜻이 안 맞는 단체를 나온 올드 타이머들이 뜻이 맞는 올드 타이머들과 무슨 협회인가를 만들기도 한다.

바람직한 현상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니까.

 

그런데. “아니, 저 많은 회장들이 과연 나처럼 이렇게 사서 고생을 한단 말 인가?” 회장직을 놓자마자 ‘식모살이한 것 같다.’라고 했다. 그냥 툭 튀어나온 말이다.

전통을 지키며 시대에 맞춘다는 사명감으로 동분서주한 것 아니라,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하느라 우왕좌왕하다가 겨우 풀려난 기분.

그 시절, 서울 거리에서 사장님 소리에 뒤돌아본 사람들은 다 배가 나온 남자였을 텐데, 지금 이곳에는 여자들도 회장님 소리나는 쪽을 반사적으로 바라볼 것이다.

표정에서부터 리더십이 보이고 야망도 있 어 보이는 그런 여성들이라면 별 문제가 없으련만, 플러싱도 뉴저지도 아닌 뉴욕 북쪽에 사는 여자가 왜 회장님 소리까지

들으면서 고생을 했는지. 이유는 간단하다. 할 사람들이 이미 다 했기 때문이리라.

 

나의 중심에서 한 발짝이 아니라 딱 반 발짝만이라도 다른 사람 입 장이 되어 본다는 건, 맨손으로 집채만 한 바위를 움직이는 일인 것을 몸소 경험을 했다.

‘아이고, 정말 저 사람을 어떻게 해야 하나?’, ‘어쩌면 이럴 수가 있지?’ 응급처치하듯이 회원을 대하질 않나, 소소한 일에 전전긍긍하면서도,

바위 땅에 길게 뿌리 내린 나무처럼, 내 발을 절대로 움직이지 않은 2년간.

이력에 한 줄 ‘회장 역임’을 쓸 때에 만감이 엇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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