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성묘
뜨는 해를 덮고
맨살로 누워 있는 봉분의 세월
뼈만 남은 가슴에
색 빠진 낙엽들만 아침 햇살 부드럽고
움켜쥔 흙의 얼굴
북새바람 지나간 흔적은 어디로 갔나
옛 주인 떠난 대문 안
찢어진 문틈에 물린 빛 툇마루 끝 쪼는데
흩어진 소리 찾아 기다리던
작두 샘도 녹이 슬고 황혼이 닦아내는
뭉치눈물 진토에 쏟아진다
낯익은 얼굴
짓무른 시간들이 먹색하늘 괴고
바위 못에 녹아
찬 물 먹음은 도라지 한 뿌리 더덕 한 뿌리
봉분 위에서 날 반기니
이 빠진 삼십년 그을린 세월도
부셔져 내림 없어 잊어진 성상이 아니었네
아직 내가 숨 쉬고 있는 곳
옷섶에 새소리 목 맺힌다
그리움 파묻어 달랠 수만 있다면
가슴 패인 떼잔디 돋아 낼 수 있을까
붉은 흙이 아리다
벗겨진 내 아버지의 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