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성묘

웹관리자 2023.07.01 12:50 조회 수 : 21

오월의 성묘

 

뜨는 해를 덮고

맨살로 누워 있는 봉분의 세월

뼈만 남은 가슴에

색 빠진 낙엽들만 아침 햇살 부드럽고

움켜쥔 흙의 얼굴

북새바람 지나간 흔적은 어디로 갔나

 

옛 주인 떠난 대문 안

찢어진 문틈에 물린 빛 툇마루 끝 쪼는데

흩어진 소리 찾아 기다리던

작두 샘도 녹이 슬고 황혼이 닦아내는

뭉치눈물 진토에 쏟아진다

 

낯익은 얼굴

짓무른 시간들이 먹색하늘 괴고

바위 못에 녹아

찬 물 먹음은 도라지 한 뿌리 더덕 한 뿌리

봉분 위에서 날 반기니

이 빠진 삼십년 그을린 세월도

부셔져 내림 없어 잊어진 성상이 아니었네

 

아직 내가 숨 쉬고 있는 곳

옷섶에 새소리 목 맺힌다

 

그리움 파묻어 달랠 수만 있다면

가슴 패인 떼잔디 돋아 낼 수 있을까

붉은 흙이 아리다

벗겨진 내 아버지의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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