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옹이 - 손정아

웹관리자 2023.07.01 12:55 조회 수 : 19

살아있는 옹이

 

 

내면의 소리가 깎이는 순간부터 옹이는

풀어내야 할 인내를 진물로 굳히기 시작합니다

 

지워진 이름까지 미움을 뽑아내고

흙냄새 더운 언덕위에 홀로 구부린 메아리의 친구

기댈 곳 없어 밤새 흐르는 물소리와

바람에 씻긴 한 둘 별이 보이는 옹이의 밤

꽂히는 쐐기도 쏟아지는 분도 뜯어내지 못해

진물처럼 끈적입니다

 

서슬 퍼런 거친 미장을 알면서도 꺾이고 분질러지고

털어내야 할 먼지까지도 엉기는 옹이의 상처에

찢긴 인대도 매끈한 세월도 내려앉습니다

 

함몰되는 말초의 순간까지도 순응하는 저 옹이는

무엇을 얼마나 품고 풀어내고 삭히었을 것입니다

뜨고 지는 지점에 내려다보이는 것은

굵고 가는 옹이의 밑동이 있을 뿐이지만

 

큰 뿌리 작은 뿌리 솟는 혀로 내뱉는 심층의 것들까지

행여 누구의 명치끝 훑고 오를까봐

번득이는 톱날 앞에서도 눈물의 모서리만 다듬는

둥근 옹이의 자리는 천정이 없는 바람의 언덕

 

울음이 파먹은 그 흉터엔 가다가 돌아가고 잘렸다가

이어지는 선들의 대화가 있습니다

모든 소리들이 쉬어가는 문이 없는 문이 있습니다

인내의 지문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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