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경이 풀씨

웹관리자 2023.07.01 12:48 조회 수 : 20

질경이 풀씨

 

땅기운에 달라붙은 몸이

빛 가운데로 씨를 보내고 초록 손 흔든다

꽃을 짊어진 사이에서 5C 단조가

잔발을 치켜세워 구름문을 열었다

 

밟히면서 굳어가는 길 위에 떨어진

혀가 운명의 비를 맞는다

끈적이는 점액질로 몸을 싸고 짐승의 발가락

사이에서 제체기하는 풀씨

어디로 가는지

어디를 가든지

시작을 위한 시작이다

 

밟혀서 자라고 밟혀서 대를 이어가도

가슴이 넓은 풀

강박이 없는 곳이 좋아 오나가나

누구의 눈길 한번 없는 돌 자갈 틈에서

밟히는 아픔으로 삶을 보는

질경이의 자유는 참 이슬의 평화이다

 

길 위에서 목이 긴 화가이고

때로는 누운 듯 서서 하늘 아래 그림이고

모두 하얗게 될 때까지

귀를 막고도 운명의 교향곡을 들을 수 있게 하는

속 깊은 친구의 목발 같은 투박한 꽃대

 

봄밤으로 키운 정 이름 지우고

길비 따라 보내는 씨앗 어딘들 어떠랴

 

짓이겨져도 푸르다 소리 내지 않은 잎이요

상처는 주어도 바닥은 비틀지 마라

씨앗의 빈 꼬지가

소아마비 내 친구처럼 길턱에서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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