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경이 풀씨
땅기운에 달라붙은 몸이
빛 가운데로 씨를 보내고 초록 손 흔든다
꽃을 짊어진 사이에서 5번 C 단조가
잔발을 치켜세워 구름문을 열었다
밟히면서 굳어가는 길 위에 떨어진
혀가 운명의 비를 맞는다
끈적이는 점액질로 몸을 싸고 짐승의 발가락
사이에서 제체기하는 풀씨
어디로 가는지
어디를 가든지
시작을 위한 시작이다
밟혀서 자라고 밟혀서 대를 이어가도
가슴이 넓은 풀
강박이 없는 곳이 좋아 오나가나
누구의 눈길 한번 없는 돌 자갈 틈에서
밟히는 아픔으로 삶을 보는
질경이의 자유는 참 이슬의 평화이다
길 위에서 목이 긴 화가이고
때로는 누운 듯 서서 하늘 아래 그림이고
모두 하얗게 될 때까지
귀를 막고도 운명의 교향곡을 들을 수 있게 하는
속 깊은 친구의 목발 같은 투박한 꽃대
봄밤으로 키운 정 이름 지우고
길비 따라 보내는 씨앗 어딘들 어떠랴
짓이겨져도 푸르다 소리 내지 않은 잎이요
상처는 주어도 바닥은 비틀지 마라
씨앗의 빈 꼬지가
소아마비 내 친구처럼 길턱에서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