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을 보내며

웹관리자 2022.11.23 10:56 조회 수 : 9

2020년을 보내며

 

                                      송온경 시인

 

흰 눈위의 참새들, 먹이 찾아 종종걸음

하얀 스카프 두른 청청한 소나무

아무것도 모르는 지

못본 체 하는 지

 

지난 한 해 돌아보니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안개 속

하루 아침 우수수 떨어진 목련꽃처럼

생명줄 놓아버린 수많은 인명들

 

이제 아린 기억 속으로 사라지고

포격을 피해 방공호로 숨듯

식료품과 화장지만 들고 집안으로 숨어든

역사책에 기록될 코비드-19 팬데믹 생존자들

 

파괴와 무질서로 잃어버린 봄

생살 베어나간 아픔 남기고

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

언제쯤 무딘 살 되어 덜 쓰라릴 수 있을까

 

무생명에서 생명의 싹이 트고

알아볼 수 없는 형체에서 꽃이 피는

그런 날 올 수 있을까


 

흰 눈에 덮힌 설중매 나를 보고 웃는지

 

이 겨울 지나면

호수의 살얼음 녹아

멀리 간 오리떼 돌아오고

마른 가지 새 순 나면

가슴 속에 또 다시

 

꽃피는 봄 올 수 있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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