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기

웹관리자 2022.11.26 20:57 조회 수 : 347

허기

 

  허기는 속이 비어 허전한 기운이다. 그래서 간절히 바라고 채우려는 마음이 든다. 위장만 비어 있으면 음식으로 해결이 된다. 하지만 어릴 때 자라면서, 세상을 살아내면서 가지지 못하고 누리지 못한 것에 대한 허기는 제각각이다. 많은 것을 성취하고도 응어리져 있던 허기에 대해서는 여전히 날을 세우고 자기만의 시야로 편견의 잣대를 들이대는 모습들이 내 것은 아닌지 자각해 본다.

 

 명문대를 졸업하여 그 이름에 걸맞게 사회적으로, 직업적으로 성공하여 인정을 받으면 스스로 명문대 출신이라는 말을 꺼내지 않는다. 하지만 같은 명문대를 나왔어도 소위 이름값을 못하고 허기진 삶의 역사를 써 왔다면 남는 삶은 오로지 학교이름을 밝히려고만 한다. 남이 인정하고 대우해 주는 것이 아니라, 명문대 출신으로만 우대를 받으려고 한다. 30여 년 전의 학교 로고가 찍힌 남루한 헝겊가방을 옆에 놓으며 남을 의식하는 눈초리를 달아 놓는다. 명문대의 합창연습이니 공공기관의 장소를 내놓아야 함이 당연하듯 한다. 출세 허기는 자신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성실하게 살아왔고 나름 정의로운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았다고 자부하였기에 어깃장을 놓는 것에도 자신만만하다. 한두 번의 어깃장이 으레 습관적으로 정의의 사도인양 끼어들어 쌈박질을 한다. 쌈박질의 소리는 자신을 인정해 달라는 아우성이지만 그 시끄러운 아우성은 사람을 떠나게 한다. 관심 종자 허기에 소리를 지르면 귀담아들을 사람은 없다. 

 

 완벽한 사람은 없다. 누구든지 실수를 한다. 실수를 했음을 인지해서 후회를 하고 다시는 같은 일을 하지 않으면 된다. 그런데 실수를 했을 때 받았던 비난, 질책등의 응어리로 남을 향한 비난의 방패를 만든다. 그 실수를 마음에서 비워버리고 그만큼 성장한 모습으로 아름다운 빛을 발할 수 있는데도 만회의 허기 때문에 그 실수를 계속 손에 쥐고 으름장의 모습을 한다.

 

 인생의 힘든 시기는 누구에게나 있다. 힘듦을 남과 견줄 수는 없다. 자신에게 힘겨우면 그것이 자신에게는 가장 큰 짐인게다. 그렇다고 자신의 짐이 가장 무겁다고 다른 이들이 자신의 짐만을 내려 줄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모두가 각자의 짐을 이고 지고 있다. 단지 다른 이들이 알지 못하는 것 뿐이다. 시련을 극복하는 길은 각자의 역량과 선택한 길에 달려있다. 관심과 인정욕구의 허기에 도움을 주려는 사람마저 잃어버린다.

 

 뒷담화는 분위기가 어색할 때 정치인이나 반사회적인 사람같은 공공의 적을 만들어 도마위에 올려놓고 쏟아내면 너와 내가 아닌 훨씬 우리같은 느낌을 가질 수 있다. 내부의 결속을 위해 외부에 적을 두는 격이다. 또한, 뒷담화를 통해 나만 당한게 아닌 것으로 서로 뭉치게 만들어 힘든 시간을 누그릴 수 있다. 이에 반하여, 나쁜 목적을 가지고 하는 뒷담화는 희생양 메커니즘이다. 누군가가 책임을 질 필요가 있다는 무의식적인 대중 심리가 있을 때, 힘이 약한 사람을 꼽아 희생양을 만들어 뒷담화의 그물안에 넣는다. 그리고 자신의 괴로움이나 질투와 부러움의 허기로 뒷담화를 주야장천으로 하기도 한다. 또 하나의 비겁함일 뿐이다. 

 

    허기가 적당한 양의 음식으로 채워지고, 성장하는 방법으로 바람직하게 충전이되고 보충이 되면 문제가 없다. 약간의 긴장과 스트레스가 성취욕구를 자극하는 것처럼, 정신적인 허기가 비어있는 한쪽을 장점으로 메꾸어 가는 계기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 허기 웹관리자 2022.11.26 347
4 나뭇잎 웹관리자 2022.11.26 353
3 열리는 또 다른 문 웹관리자 2022.11.26 337
2 상실의 예감 웹관리자 2022.11.26 348
1 어릴 적 디딤돌들 웹관리자 2022.11.26 368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