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보기
돋보기를 썼다
세월에 닳아가던 옛 것들
일제히 본래의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뚫어지는 바늘귀
또렷또렷한 글자들
한결같이 깊어진 남편 이마의 주름
행여 잘 볼 수 있을지
몸을 뒤로 젖혀도 보고
눈을 내려 깔며 안간힘 써도 허사였는데
온갖 형태를 선명히 다가서게 하는 안경의 비결
생각에 돋보기를 씌우면 어떨까
이웃을 잘못 알아보거나
보이지 않아 저지르는 실수가 없어
이세상은
소나기 후의 하늘같이 맑아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