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사위, 우리집 체어맨
딸이 중국 남자랑 사귄다는 말을, 아예 “너무 너무 좋아”로 시작을 했기에, 어떤 사람인지 뭐 하는 사람인지 아무런 의의도 달지를 않았다.
어릴 때부터 딸애의 희망은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살림하는 것이었다. 30이 넘어가는 딸이, 느닷없이 누굴 만났는데, 너무 좋다고 하니 그러다 말 건가
걱정이 되기도 했었다. 한 두어달 지나서, 물어봤다. 그 애 아직도 좋아? 응.
유난히 일이 많은 회사를 다니던 딸은, 호시탐탐 중국 남자랑 만나는 것 같았다. 자기가 흘리고 다니는 것 다 챙겨줘서 좋고
계란찜 잘 먹고 육개장을 좋아해서 좋다고 했다. 한참 지나고 나서 물어봤다. 아직도 좋으니? 응. 싫증 안나? 아니.
우리 부부가 딸의 보이프렌드를 처음 만났을 때, 하도 말이 없어서 쑥스러워 그러겠지 했었다. 결혼을 한 후에도 말이 없을 뿐만 아니라 인사도 잘 안한다.
‘하이’했는지 ‘허이’ 했는지, ‘바이’ 했는지 ‘땡스’ 했는지 뭐라 웅얼 한마디를 한다. 딸은, 사위가 자기 부모한테도 그러니까, 신경쓰지 말라고 했다.
내 남편은 딸네 부부랑 만나고 오는 차속에서, ‘자식 술도 좀 따라주고 해야지…’ 불만을 표했다.
나는 ‘뭐 그래도 밉상은 아니잖아. 둘이서는 재미있게 말도 잘 하던데…’ 했고.
그러던 중국사위가 점수를 땃다.
체어맨(Chairman)이라는 호칭을 얻었다.
시골에 베케이션하우스로 장만한 4 배드룸의 빈집을 사람이 살수 있는 곳으로 만드는 일은 큰일이었다.
회사일이 바쁜 딸은 온갖 가구를 인터넷으로 주문했고, 주말이면 우리 부부오 같이 산더미처럼 배달되어 온 박스를 뜯으며 시골집 채우는 일을 했다.
중국 사위는 설명서를 찬찬히 읽고는 나무조각을 하나씩 집어 들고, 바닥에 늘어 놓은 나사를 하나씩 집어서, 찬찬히 조립(Assembly)을 한다.
아무말 없이. 천천히. 정말로 천천히.
딸이 못 참고 후다닥 꿰어 맞추다가 결국 다시 뜯어야 하기 일쑤여서, 딸은 먹을 것을 만들고, 나는 4살 2살 손주들을 봐주고,
남편은 박스를 뜯고, 빈 박스를 접고, 쓰레기를 버리며 시시 때때로 사위에게 맥주를 권한다. 사위는 말없이 맥주를 받아 마신다.
킹 사이즈 침대 하나, 퀸 사이즈 침대 두개, 싱글 사이즈 침대 두개 그리고 다이닝 룸의 식탁과, 리빙 룸의 티 테이블 등 모든 가구가 만들어져서
제자리에 놓일 때 마다. “아이구. 우리 어셈블리(Assembly man) 맨!” 칭찬을 아끼지 않았지만 사위는 묵묵하다.
그 다음은 의자들이다. 소파는 식은 죽 먹기였다. 작은 의자 하나의 조립은 큰 테이블 보다도 더 시간이 걸리는 것 같았다.
다리 네개를 앉는 판때기에 연결시키고, 다리 두개가 연결되는 등받이까지 조립하는 일을 보고 있자면 온몸이 자글자글한다.
다이닝 테이블에 딸린 의자 10개, 둥근 테이블에 6개, 리빙 룸의 티테이블에 4개가 필요하다. 의자 하나 끝나면 또 하나. 또 하나가 끝나면 또 하나….
이렇게 몇주가 지났을까. 어느날, 방 한가운데 덩그러니 놓여 있던 테이블 마다 의자가 채워 지자 오랜 공사에 맞춤 표를 찍은 듯 했다.
드디어 온 가족이 빙 둘러 앉아 추수감사절 식사를 할 때, 나는 와인잔을 들고 사위를 향해 “Our Chairman.” 했다.
사위의 얼굴에 웃음기가 돌고 입이 비쭉 움직였다. 남편은 부지런히 사위의 빈 잔에 술을 따라 준다.
‘말없는 그사람이 어쩐지 맘에 들어~’하며 딸이 결혼한, ‘말이 너무 없어서 너무 답답한’ 우리 사위가
하도 가구조립을 잘해서 ‘어셈블리 맨’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는데, 결국은 체어맨 (Chairman 회장님)으로 지위가 올라갔다.
딸아이가 덜렁거리면서 넉넉히 1석 3조의 일을 해내는 힘은 다름이 아니고, 회사일에다 집안일에다 육아까지 묵묵히 해내는 우리 체어맨의 힘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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