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일

웹관리자 2025.08.30 12:59 조회 수 : 1

사는 일

 

손정아

 

나비는

수없는 날개 짓으로 꽃술을 밟았지

꿀샘에 발자국 하나 남겨보지 못하고

 

꽃길에도 태풍은 지나가

가림 없는 강둑은 찢겨나가고 끊긴 다리는

더욱 외로워

문득 쓸쓸하다 느껴지는 것도

이래 변해가는 것들이 많아서이지

 

아직도 내일은 낯선 길

알려고 애쓰는 일도 생소한 외로움이고

사는 일에 눈물이 있어 다행이지

울 수도 없었다면

나는 벌써 타버렸을 거야

 

그 외로움으로 그림을 그려 봐

계절이 없는 회전문도 그려넣고

사방으로 통하는 길도 내어 보고

벽도 무너지면 길이 돼

 

밀물과 썰물을 껴안은 바다가 잠잘 날 있던가

다는 깨닫지 못해도

순리가 사는 길이지 싶어

 

그림자가 길어진 오후에도 바람은 불어

너무 애쓰지 마 사는 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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