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국 한 켤레
변정숙
아무도 오래 머물지 않는
누군가는 시작을 하고 누군가는 돌아오는, 길 위의 점
정거장
밀물인 듯 썰물인 듯
빠르게 사라지는 파도처럼 넘실 넘실 떠나 왔다
버스에 오르듯이
시간에 올라 타면서 흘리고 온
무수한 발자국
여기 저기 가랑잎처럼 흩어지면서 사라졌다
허공으로
땅속으로
생의 정거장마다 벗어 놓은 발자국
우리가 걸어 온 흔적들 어디로 갔을까
노을 붉게 타는 길 끝 정거장
누군가 벗어 놓고 간
발자국 한 켤레
새털인 듯 구름인 듯 날아가고
다시 파란 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