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물머리
변정숙
강이 길을 트는 여기
강이 물을 안고 제 이름에 젖을 물리는 여기
까닭 모를 아픔과
까닭 없는 슬픔이 만나는 여기
먼데서 흘러온다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며 하염없이 몰려온다
어디서 오고 어디로 가는지
어디에서 내려야 하는지 모르는 여기
흐르는 연유야 몰라도 좋다는 여기
간들바람 갈마바람 강쇠바람
세상 바람으로 물결 드센 밤이면
억세 풀은 쉰 소리로 때 울음 울고
먼 나라 전설 속 세이렌의 노래까지 새어 나오는 여기
굽이 굽이 악다구니로 살다가
노래를 잃어버린 오늘을 흐르다가
쿨럭 쿨럭 뒤척 뒤척
돌아보며 가는 여기
두 물길이 만나는 생의 나루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