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화가

웹관리자 2023.01.07 17:22 조회 수 : 39

소리화가

 

변정숙

 

나는 깜깜한 어둠 속에 살아요

환한 바깥을 상상하면서

나만의 검은 캔버스 위에 소리를 그리고 소리를 보아요

마음을 켜고 촉수를 밝혀 바깥을 들입니다

어머니의 눈물 배인 따스한 숨소리를 그리고

검은 지팡이의 더듬거림도 그렸어요

흘러가는 구름의 부산한 소리를 그릴 때는

너무 먼 소리여서

아득한 색이라는 이름을 달아주었어요

숲을 흔드는 바람의 발길질도 그렸는데요

자동차 바퀴가 시간을 밟고 가는 소리는

아직 색을 칠하지 못했어요

검은 허공 캔버스가 완성되는 날 까지

미완으로 남겨 둘 거에요

나는 소리로 세상을 보는

어둠의 나라 백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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