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화가

웹관리자 2023.01.07 17:22 조회 수 : 356

소리화가

 

변정숙

 

나는 깜깜한 어둠 속에 살아요

환한 바깥을 상상하면서

나만의 검은 캔버스 위에 소리를 그리고 소리를 보아요

마음을 켜고 촉수를 밝혀 바깥을 들입니다

어머니의 눈물 배인 따스한 숨소리를 그리고

검은 지팡이의 더듬거림도 그렸어요

흘러가는 구름의 부산한 소리를 그릴 때는

너무 먼 소리여서

아득한 색이라는 이름을 달아주었어요

숲을 흔드는 바람의 발길질도 그렸는데요

자동차 바퀴가 시간을 밟고 가는 소리는

아직 색을 칠하지 못했어요

검은 허공 캔버스가 완성되는 날 까지

미완으로 남겨 둘 거에요

나는 소리로 세상을 보는

어둠의 나라 백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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