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바늘귀에서

웹관리자 2025.08.27 12:20 조회 수 : 4

 

우주의 바늘귀에서

                                 청솔 윤영미


손톱깎이와 손톱의 만남을 보라.
그들은 다가서자마자 이별을 맞는다.
한순간의 닿음이 곧
잘려 나감으로 끝나고
부스러진 조각들은 바람에 흩어져
다시는 돌아오지 못한다.
만남의 본질이 곧 상실이 되는 인연.

실과 바늘의 만남을 보라.
가느다란 실이 바늘귀를 통과하는 순간
떨리는 숨결이 생명을 얻는다.
찢어진 틈을 봉합하고
흐트러진 자리를 이어 붙이며
끝내는 단절조차 문양으로 남긴다.
만남의 본질이 곧 이어짐이 되는 인연.

서로 다른 극점에 서 있으면서도
그들 모두, 한 가지를 닮았다.
사람의 손길을 기다린다는 것.
손길이 닿아야
비로소 존재의 의미가 드러난다.
그러나 역설처럼,
사람의 손만 있고 그들이 없다면
손은 공허 속에 떠도는 무용의 그림자.

세상은 홀로 완전하지 않다.
너의 부재를 채워야 내가 서고
나의 빈틈을 메워야 네가 선다.
상처 내는 만남도 있고
상처 꿰매는 만남도 있으니
우리는 서로의 모순 속에서
서로의 필요 속에서
온전히 인간이 된다.

그러므로 겸손하라.
네가 없으면 내가 없고
내가 없으면 우리가 없다.
우리의 부름과 침묵,
이별과 이어짐,
모두는 하나의 우주적 직조,
보이지 않는 장인의 손길에서 비롯된다.

바늘귀는 작다.
그러나 그 작은 문을 통과한 실 한 올이
세상을 꿰매고
우주를 직조한다.
손톱이 잘려 나가는 순간조차
별빛의 흩어짐이 되고,
실과 바늘의 매듭 하나가
시간을 잇는 성좌(星座)가 된다.

우리는 모두 그 성좌 위에 놓인 무늬,
홀로는 완결되지 못하는 패턴.
별빛은 별빛에 기대어 빛나고
인간은 인간에 기대어 선다.

그러므로 기억하라.
너와 나, 우리 모두는
우주의 바늘귀를 통과하는 실
끊어짐과 이어짐, 상처와 봉합,
그 모든 이율배반을 품어내며
마침내 하나의 장엄한 무늬로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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