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안의 우물
-우주의 심연에서-
청솔 윤영미
나는 오늘
지상의 모든 소음을 벗고
내 안의 우주로 내려간다
하늘보다 더 깊은
어둠보다 더 고요한 곳
달빛조차 닿지 않는 내면의 샘
그 어둠 속에서
나는 나를 다시 부른다
말이 되지 않은 말,
눈물도 흐르지 못한 감정의 씨앗을
두레박을 내린다
그것은 나의 숨결보다 오래된 질문
하나의 별이 터지듯
심연에서 찰랑이는
정지된 울음
나는 본다
그 속엔 아직 빛이 되지 못한 사랑이
몸을 웅크린 채 떨고 있고
단어가 되기를 거부한 감정들이
물속 나무처럼 흔들리고 있다
시는,
그 찰나의 떨림 위에
손을 얹는 일이다
깨지지 않게
번지지 않게
우주의 심장 박동을
한 잔 떠내어
세상에 내미는 일이다
그러므로
시는 언어가 아니다
말 이전의 침묵,
빛 이전의 어둠,
형체를 얻기 전의 진실
나는 다시 조심스레 두레박을 당긴다
우주의 무게를 담은 물방울 하나
그 안에 나와 너,
시간과 별,
사랑과 끝내 닿지 못한 기도가
숨 쉬고 있다
이 시가
그대를 적시지 않기를,
그저 그대 안의 우물을
조용히 흔들어 놓기만을
나는 소망한다.
작가 노트
이 시는 ‘시는 어디에서 오는가’라는 오래된 질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우리는 시를 언어로 쓰지만, 진정한 시는 말이 되기 이전의 떨림,
내면 깊숙한 심연에서 피어오르는 감정의 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내 안의 우물을 ‘우주의 심연’으로 보았습니다.
그곳은 혼돈 이전의 고요, 생성 이전의 빛, 존재의 씨앗이 잠든 곳입니다.
그곳에 두레박을 내린다는 것은 단순한 자기 성찰이 아니라,
내 안의 우주와 조우하는 일이며,
시란 그 고요를 깨어버리지 않고
조심스레 떠올려 세상에 건네는 ‘은하수의 물방울’입니다.
이 시는 나의 고백이자 다짐이며,
시는 그 어떤 주장이나 설명보다
존재의 떨림을 담는 일이 되어야 한다는 믿음에서 썼습니다.
독자 여러분도 각자의 우물에서
자신만의 별빛 한 방울을 떠내기를 소망합니다.
-우주의 심연에서-
청솔 윤영미
나는 오늘
지상의 모든 소음을 벗고
내 안의 우주로 내려간다
하늘보다 더 깊은
어둠보다 더 고요한 곳
달빛조차 닿지 않는 내면의 샘
그 어둠 속에서
나는 나를 다시 부른다
말이 되지 않은 말,
눈물도 흐르지 못한 감정의 씨앗을
두레박을 내린다
그것은 나의 숨결보다 오래된 질문
하나의 별이 터지듯
심연에서 찰랑이는
정지된 울음
나는 본다
그 속엔 아직 빛이 되지 못한 사랑이
몸을 웅크린 채 떨고 있고
단어가 되기를 거부한 감정들이
물속 나무처럼 흔들리고 있다
시는,
그 찰나의 떨림 위에
손을 얹는 일이다
깨지지 않게
번지지 않게
우주의 심장 박동을
한 잔 떠내어
세상에 내미는 일이다
그러므로
시는 언어가 아니다
말 이전의 침묵,
빛 이전의 어둠,
형체를 얻기 전의 진실
나는 다시 조심스레 두레박을 당긴다
우주의 무게를 담은 물방울 하나
그 안에 나와 너,
시간과 별,
사랑과 끝내 닿지 못한 기도가
숨 쉬고 있다
이 시가
그대를 적시지 않기를,
그저 그대 안의 우물을
조용히 흔들어 놓기만을
나는 소망한다.
작가 노트
이 시는 ‘시는 어디에서 오는가’라는 오래된 질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우리는 시를 언어로 쓰지만, 진정한 시는 말이 되기 이전의 떨림,
내면 깊숙한 심연에서 피어오르는 감정의 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내 안의 우물을 ‘우주의 심연’으로 보았습니다.
그곳은 혼돈 이전의 고요, 생성 이전의 빛, 존재의 씨앗이 잠든 곳입니다.
그곳에 두레박을 내린다는 것은 단순한 자기 성찰이 아니라,
내 안의 우주와 조우하는 일이며,
시란 그 고요를 깨어버리지 않고
조심스레 떠올려 세상에 건네는 ‘은하수의 물방울’입니다.
이 시는 나의 고백이자 다짐이며,
시는 그 어떤 주장이나 설명보다
존재의 떨림을 담는 일이 되어야 한다는 믿음에서 썼습니다.
독자 여러분도 각자의 우물에서
자신만의 별빛 한 방울을 떠내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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