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자 부자, 네 별의 행성에서
청솔 윤영미
네 개의 별이 있다
첫째 별은 번개처럼 달리고,
둘째 별은 공룡처럼
대지의 심장을 흔들며
셋째 별은 바다를 헤엄치고,
넷째 별은 하늘을 날아간다
그 별들의 궤도에는
작고 반짝이는 자동차들이
수십 개의 위성처럼 떠다니고,
로봇 병사들이 별을 지킨다
거미처럼 다리가 여덟 개 달린 시간마저
장난감 상자 속에서 꿈틀거린다
나는 오늘,
내 두 팔로 네 별을 안았다
그 무게는 쇠로 만든 차들의 무게가 아니라
웃음의 무게,
기억의 무게,
세월이 만들어낸 사랑의 무게였다
옛날,
우리가 어린 시절에 가진 장난감은
막대기와 돌멩이,
혹은 손바닥이 만들어낸 그림자뿐이었다
그러나 그 속에도 우주가 있었고
꿈이 있었다
이제 이 아이들의 우주는
더 많은 버튼과 바퀴, 날개와 엔진으로 가득하지만
나는 안다
행복은 장난감의 개수가 아니라
그것을 함께 굴려주는 손과
함께 웃어주는 눈에서 나온다는 것을
네 별이 함께 달린다
거실이 경주장이 되고
부엌이 정비소가 된다
그리고 내 가슴은
하늘보다 넓은 주차장이 된다
오늘, 나는 기도한다
이 장난감의 별들이
커다란 세상의 별로 자라
서로를 지켜주고,
서로의 웃음을 끝까지 운전해주는
네 개의 빛으로 영원히 돌기를.
작가 노트
이 시는 네 명의 손자와 함께 보내는 시간 속에서 탄생했다.
두 딸이 결혼해 안겨준 네 생명, 모두 사내아이인 그 아이들이 손에 쥐고 노는 장난감은 수십 종의 자동차, 로봇, 동물, 거미, 그리고 레고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장난감 하나하나가 빛을 발하며 거실과 부엌, 마당을 경주장과 정비소로 변모시키는 모습을 보며, 나는 이 작디작은 세계가 얼마나 크고 장엄한 우주인지 깨달았다.
나의 어린 시절에는 상상조차 못했던 것들이 이 아이들에겐 너무도 당연하다. 하지만 물질의 풍요보다 더 중요한 건 그것을 함께 나누고 웃어줄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다.
장난감이 많아도 그것을 함께 굴려줄 손이 없으면 그저 고요한 플라스틱일 뿐이듯, 행복은 관계 속에서 살아난다.
네 아이를 ‘네 개의 별’로, 그 장난감들을 ‘수십 개의 위성’으로 상상하며 쓴 이 시는, 결국 가족과 세대, 그리고 사랑이 만드는 은하의 기록이다.
나는 이 네 별이 앞으로도 서로를 지켜주는 빛으로 자라기를, 그 궤도에서 웃음이 멈추지 않기를, 그리고 이 시가 그 궤도의 첫 별빛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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