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

웹관리자 2022.11.14 10:48 조회 수 : 12

갈대

 

  

바람이 달려왔다

등이 휘청거렸다

산발한 머리 가다듬으려

발 밑 웅덩이를 내려다보았다

 

허락된 땅 비좁아 가늘어 진 몸

굴욕과 희망이 뒤섞인 누런 피부색깔

진창 속에 간신히 뿌리내린 생,

이방인의 쓸쓸함이 배어있는 자화상이 보였다

 

그러나

그가 푸르렀을 때 철없이 다 울어버려

휑하니 속 비워진 것이 오히려

폭풍 속에서도 버틸 수 있는 비결이 되었고

 

강 건너 지척의 거대한 문명도시가

제 그림자 속에 쇄락해 가도

들꽃과 철새와 더불어

오지의 생명들에게 부어지는 축복을 누렸다

 

언제부터인가

그는 제 몸 속을 휘젓는 바람소리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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