탯줄

 

 

길 가다

담쟁이의 수직 전진 신통 해

발길을 멈추었네

 

지칠 줄 모르는

그 푸른 행렬은 감동의 다큐멘터리

 

지켜볼수록 대견스러운 건

앞장 서 수많은 잎들을 이끌고 올라가는

작고 어린잎의 당찬 기세

아직 솜털도 벗겨지지 않은 고것의

의기양양함의 출처가 몹시 궁금해져

숨죽인 채 돋보기를 꺼내 쓰고 자세히 보니

놀라워라!

늙은 고목의 거친 암벽을 악착스럽게 기어오르며

어린잎의 앞길을 은밀히 닦아주고 있는

담쟁이 줄기의 눈물겨운 투혼

 

그네들의 숨겨진 힘의 출처가 바로

탯줄임을 알아챈 순간

자식을 위해서 목숨까지 바치겠다는

내 일념이 무색해져

오래 잊고 있던 배꼽위에

경건히 두 손을 얹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