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림에 스미다

웹관리자 2025.08.29 20:29 조회 수 : 2

 

흐림에 스미다

 

 

정 희수

 

 

 

벌써 며칠 째야, 저 시무룩한 하늘

우울 할 때 함께 놀던 흰 구름들 다 어디로 사라졌나

 

비 냄새에 시끄러운 참새 떼 대신

전깃줄도 없는 지루한 허공에 엉거주춤

음표처럼 걸려있는 물음표들

 

꿈속에서 속수무책 수렁에 빠지듯

자꾸만 흐림에 스며드는

이 미묘한 안도감의 발원지는?

 

그가 유년을 살았던

항구도시의 음습한 안개와

비릿한 골목의 멜랑코리를

몸이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걸까

 

들쳐보고 싶지 않은 앨범 속 압화

서러운 빛깔 제...

그 시절 웅크린 채 잠든 아이의 몸뚱이는 늘 축축했지

몰래 삼킨 울음이 살갗으로 삐져나왔으므로

 

이제 값비싼 향수로도 어쩔 수 없는

소멸의 냄새 흥건한 생,

옷장에 걸린 그의 어둑한 옷들을 보면 알겠어

그저 희미하게 존재하기 위해

은밀한 곳에 닻을 내리고 싶은걸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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