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은 하오 4시
정 희수
와글거리던 나뭇잎들
일제히 멈추자 얼핏
창틀 속에 박제된 나비들로 보이네
잠복 중이던 바람 한 줄기
뱀처럼 몸을 휘감으며 귓가에 흘린
서늘한 말,
그 사람의 하루에서 전 생애가 보이지
되돌아가고 싶지 않은
격랑의 세월 흘러가고
헐렁해진 노년의 하루
태양의 열기 스러져
빌딩도 가로수도 기진한 채
제 그림자 위에 누어 쉬는
몰락의 시간
실눈 뜨고 고양이처럼 졸다
무심코 눈 마주친
늙은 벽시계의 시침이
내 생의 기울기를 가르켜 주네
지금은
하오 4시 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