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하오 4시

웹관리자 2025.08.29 20:28 조회 수 : 5

 

지금은 하오 4

 

정 희수

 

 

 

와글거리던 나뭇잎들

일제히 멈추자 얼핏

창틀 속에 박제된 나비들로 보이네

 

잠복 중이던 바람 한 줄기

뱀처럼 몸을 휘감으며 귓가에 흘린

서늘한 말,

 

그 사람의 하루에서 전 생애가 보이지

 

되돌아가고 싶지 않은

격랑의 세월 흘러가고

헐렁해진 노년의 하루

 

태양의 열기 스러져

빌딩도 가로수도 기진한 채

제 그림자 위에 누어 쉬는

몰락의 시간

 

실눈 뜨고 고양이처럼 졸다

무심코 눈 마주친

늙은 벽시계의 시침이

내 생의 기울기를 가르켜 주네

 

지금은

하오 4시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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