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꽃 비밀
곽상희
무엇이 나를 겨울을 견디며
찬바람에 따귀 맞고 꽃술을 피우게 했는지
그 긴 혹독한 겨울을 견딘 비밀을
그리고 고통이 심할수록
더 단순해지고
더욱 고개를 숙이는 이유를
그러나
다섯 꽃잎 한복 판에
터질 듯 번진 선혈의 자국이
빛나다 못해
꽃술이 황금빛으로 가늘게 떨며
사랑을 고백할 때까지
그때, 제일 먼저 꿈을 꾸기까지
겨울 시베리아 바람
폭설에도
침묵을 지키며 참아온 꿈의 화려함이
나를 지켜준 그 이유의 비밀을
그대는 그것이 무엇인지 아는가
천하에 삭바람 불 때도
속으로 개화의 불을 지필 수 있었던 것은
나를 떠나지 않는 녹이 쓴 사랑이란 것을
지금도 긴 기다림으로
나뭇가지 푸른 새들,
새들의 졸졸 샘물 같은 나팔 소리를
들릴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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