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는 꽃의 기도
곽상희
거울 속에서 보는 나는
내가 아니다
몇 번이나 죽었다가 살아난
차가운 바람 속에서
내가 배운 것은 어떻게 살아남느냐이다
여름에도 혹독한 시베리아 바람이 불고
내 가장 여린 몸이 떨리는 추위속에서
살아남는 법,
나는 당신이 내 이불이 되어줌을 깨달았다.
창문 밑에서 버려진 고양이처럼 떨던
당신이, 내 유년에 홍역이 내 목숨을 앗아갈 때도
당신은 신발 벗고 달려왔다
지금 나는 어떤가
무변의 바다에서 몸부림치는
돛단배,
그러나 희망이 있다
당신은 친절한 사공,
바람 잡는 사공, 온 세상 검은 바람의 커튼을
불사르고, 불사르고,
피어나는 시간을 물레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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